'클재앙에서 클며들다' 결국 이기면 모든게 장땡 [단상들]

이재호 기자 2024. 2.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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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까지 재앙을 일으킨다고 '클재앙'이라 불렸다.

하지만 4강에 진출한 현재, SNS나 커뮤니티 등에서는 클린스만의 매력에 스며든다는 '클며들다'는 말까지 쓰고 있다.

또한 요르단, 말레이시아라는 약체팀을 상대로 역전당해 끌려가다 겨우 비기는 경기력, 바레인에게 승리했음에도 이강인의 영웅적 활약이 아니었다면 첫 경기부터 위험할뻔 했던 과정들 역시 클린스만을 칭찬할 것보다는 비판할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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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조별리그까지 재앙을 일으킨다고 '클재앙'이라 불렸다. 하지만 4강에 진출한 현재, SNS나 커뮤니티 등에서는 클린스만의 매력에 스며든다는 '클며들다'는 말까지 쓰고 있다.

결국 결과다. 지면 좋은 과정이 있어도 실패지만 이기면 나쁜 과정이어도 성공이다. 특히 일반 리그가 아닌 아시안컵처럼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결국 이기면 '장땡'인 셈이다.

ⓒ연합뉴스

이는 선수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대회전까지 조규성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조별리그 최악의 활약 속에 혹평을 받았다. '예능에 나오지마라' 등 축구와 상관없는 비난까지 받았다.

그러나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 후반 추가시간 9분 극적인 동점골 한방에 '욕해서 미안하다'는 글들이 인기를 얻었다.

조현우 골키퍼 역시 마찬가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딱 3경기 활약으로 무명에서 전국민적 스타가 됐었다. 이후 대표팀 주전에서 밀려 2인자로 쭉 지내왔지만 조별리그 1차전만에 주전 골키퍼인 김승규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귀국하면서 조현우가 급작스럽게 선발 골키퍼 자리를 맡았다.

조별리그 2경기에서 조현우는 다소 부진했다. 이에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6강 사우디전 승부차기 두 번을 막아내며 2018년 이후 6년만에 국민적 영웅으로 다시 등극했다. 8강 호주전 역시 뛰어난 선방쇼로 '빛현우'라는 과거 별명을 되찾았다.

결국 선수든 감독이든 잘하고 이기면 장땡인 셈이며 중요한 순간에 부진하면 욕을 먹는 것이 눈에 명백히 보이는 축구, 아니 스포츠 종목의 특성이다.

냉정하게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과정이 좋지않았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황의조의 이탈에도 어떤 대비도 하지 않아 현재까지도 최전방 공격진은 대표팀의 약점이 됐고 설영우가 혹사를 당하고 있는 풀백 포지션 역시 굳이 예비인원을 뽑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요르단, 말레이시아라는 약체팀을 상대로 역전당해 끌려가다 겨우 비기는 경기력, 바레인에게 승리했음에도 이강인의 영웅적 활약이 아니었다면 첫 경기부터 위험할뻔 했던 과정들 역시 클린스만을 칭찬할 것보다는 비판할게 많다.

16강 사우디전에서도 부임 후 단 한번도 써보지 않은 3백을 갑자기 꺼내들어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다 조규성의 종료직전 동점골 덕에 겨우 이겼고 호주전 역시 전반전 '슈팅 0'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은 문제시되야한다.

하지만 이같은 얘기는 '쏙'들어갔다. '클재앙'으로 불리며 경질에 대한 여론도 높았지만 '역대급 전력'이라는 일본도 8강에서 떨어진 마당에 한국은 유일한 非중동팀으로 4강에 올랐는데 행여 4강에서 진다고 경질을 말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혹자는 '후반 추가시간에 매경기 골은 운이 좋았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덕장, 지장, 운장 중 최고는 운장이라고 하지 않나. '한번은 우연, 두번은 의구심, 세번은 확실'이라는 말이 있는데 클린스만은 4번 연속 추가시간 골인데 이게 운이라면 '확신'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결과가 좋다보니 '클재앙'은 이제 매사에 웃고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말을 하는 클린스만 감독에 스며든다는 '클며들다'로 바뀌었다.

결국 스포츠란 그런 것이다.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도 그동안의 부진을 한번에 청산할 수 있고, 그동안 잘하던 것도 한번에 날릴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을 보면 감독 역시 이런 스포츠의 속성에서 다를 수 없음을 새삼 느낀다.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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