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활용 제품 봇물…"소비자 선택은 글쎄"

남궁민관 2024. 2. 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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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우리쌀 소비 위해 가루쌀 가공식품 육성 속도
스타벅스 '라이스칩' 본격 출시…SPC·하림도 '판매 중'
농심·삼양·신세계도 출사표…"소비자 반응이 불투명"
기출시 제품 한정수량 그쳐…"수급·가격 안정 선과제"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우리쌀을 활용한 가공식품 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주요 식품 업체들도 관련 제품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가루쌀(분질미)의 원활한 수급과 가격 안정화, 소비자의 수요 확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만큼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이 함께 나온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전북 익산 하림산업을 찾아 가루쌀 라면인 ‘맑은 닭육수 쌀라면’·‘얼큰 닭육수 쌀라면’을 직접 맛보고 있다.(사진=농림축산식품부)
SPC·하림·스타벅스 출격…신세계·농심·삼양도 “계획 중”

4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협력사 평택미듬영농조합에서 가루쌀을 활용해 생산한 ‘스타벅스 라이스칩’을 지난 1일부터 본격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번 제품은 지난해 12월 정부와 국산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 협력 업무협약(MOU)의 일환으로 기획했으며 기존에 다양한 라이스칩과 카스텔라를 공급해왔던 평택미듬영농조합과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다른 식음료 업체들의 가루쌀 가공식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가루쌀을 활용한 국내 첫 라면제품인 ‘맑은 닭육수 쌀라면’·‘얼큰 닭육수 쌀라면’ 2종을 출시한 하림산업은 판로 확대에 꾸준히 공을 들인 결과 기존 자체몰·농협하나로마트에 더해 최근 대형마트인 이마트(139480) 입점에 성공했다. 또 지난해 중순 가루쌀 베이커리 2종을 한정으로 선보여 두 달여 만에 완판 성과를 냈던 SPC삼립(005610)도 연말께 정부로부터 가루쌀을 추가 공급받아 가루쌀 휘낭시에와 마들렌을 재출시해 현재 판매 중이다.

올해 가루쌀 가공식품 출시를 예고한 업체는 농심(004370)과 삼양식품(003230), 신세계푸드(031440) 등이 있다.

가루쌀 식물성 음료인 ‘라이스밀크’ 개발에 나선 신세계푸드는 상품화 작업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이를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글루텐프리 프리미엄 짜장라면·뽀빠이 봉지과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삼양식품도 연내 이들 제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가루쌀을 활용해 ‘저칼로리 비빔볶음면’ 시제품을 선보였던 농심의 경우 이같은 개발 경험을 살려 올해 새로운 가루쌀 가공식품을 개발해 선보인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과연 잘 팔릴까”…원료 수급·가격 안정화도 ‘갸웃’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의 가루쌀 가공식품 줄 출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가루쌀을 “신의 선물”이라고까지 표현했던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이어 올해 초 새로 취임한 송미령 장관도 지난달 말 하림산업을 찾아 수입밀을 대체할 새로운 식품원료로 가루쌀을 지목했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송 장관은 “가루쌀이나 쌀 가공품 수요 확대를 위해 식품업계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전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 공모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도 오는 16일까지 같은 사업 공모를 진행 중이다.

다만 정부의 의지와 식품업계 동참과 별개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기대만큼 뒤따를지는 미지수다.

가루쌀 가공식품 출시를 준비 중인 A사 관계자는 “현업에서는 밀가루를 대체한 가루쌀 가공식품을 소비자들이 얼마나 선택해줄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에 가장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마케팅 지원과 함께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힐 판로 확보에 각별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를 위해선 가루쌀의 수급과 가격 안정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해 첫 공모에 선정된 15개 식품업체들의 주요 제품들은 제한적인 가루쌀 수급에 대부분 한정수량으로 판매되는 한계를 나타냈다. 이로 인해 대규모 물량이 담보돼야 하는 대형마트·이커머스 납품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큼 소비자들과 접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2000㏊ 수준이었던 가루쌀 재배면적을 올해 1만㏊, 2026년에는 4만200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10월까지 1만1000㏊가 가루쌀 재배를 신청했으며 현재 올해 가루쌀 수급을 위해 현재 주요 식품업체들로부터 필요 물량을 취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사 관계자는 “올해 많은 업체들의 가루쌀 제품 출시 계획이 쏟아지면서 원료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정이 우려된다”며 “이에 따라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궁민관 (kungg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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