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한동훈, "김경율에 고마워하라"던 기개는 어디로 갔을까?
'한동훈식 인재 영입'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체면을 완전히 구기게 됐다.
김 비대위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이번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숙고 끝에 내린 저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제 결심"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적진'인 서울 마포를 방문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마포을)의 '맞수'로 직접 손을 잡아 올리며 소개했던 김 비대위원의 '총선 도전 드라마'는 단 세 문장의 짤막한 '페이스북' 불출마 선언과 함께 막을 내린 셈이 됐다.
한 비대위원장과 김 비대위원의 관계, 그리고 한 비대위원장이 건 김 비대위원에 대한 기대 수준은 지난 17일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 단상에 선 한 비대위원장은 김 비대위원 도전을 깜짝 공개하면서 "제가 이렇게 어제 (마포을에 도전해 달라는) 제 부탁을 수락하시자마자 바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이유는 혹시 마음 변할까 때문"이라며 "이런 분들을 더 모셔서 서울의 곳곳에서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비대위원장은 정청래 의원을 두고 "개딸 전체주의와 야합하거나 운동권 인맥 하나뿐인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운동권 세력과 맞설) 그럴 만한 일꾼들을 우리 서울의 동료 시민들께 자랑스럽게 제시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이번에도 어차피 정청래가 될 거라고 자조 섞인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번 4월 선거에서 우리 국민의힘의 후보로 김경율이 나서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의 출마를 깜짝 공개했다. 김 비대위원은 그에 화답하며 삼국지 속 화웅의 목을 베러 가기 전 관우의 대사인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를 인용했다.
그러나 불과 18일 사이에 김 비대위원은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게 됐다. 김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으로 당내 논란이 일고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 비대위원의 불출마는 여러 의문을 낳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공천 문제에 대해 당 내부에서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TV조선>은 지난 1월 22일,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한 비대위원장이 깜짝 발표하기 전 한 위원장이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장동혁 사무총장 등과 충분히 상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윤 원내대표와 이 위원장, 장 사무총장은 모두 동의했다고 한다. 이후 김 비대위원의 공천 문제는 공관위 차원에서 공천 기준에 따라 해야한다는 설명도 있었다고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갑작스레 뒤집어진 것은 결국 용산의 뜻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철규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날 <MBN>에 출연해 "본인의 마포을 출마 선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당의 화합과 결속에 장애 요소가 될까 봐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들었다"며 '윤석열-한동훈 갈등 여파설'에 대해 "너무 확대해서 해석하는 것 같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앞서 친윤계 의원을 비롯, 당 내 일부 인사들은 김경률 비대위원에 대한 거취(비대위원 사퇴 혹은 불출마 등)를 압박해 온 건 사실이다.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발표한 후 기자들과 만나 "김경율 회계사의 (마포을 출마는) 누가 보더라도 위험이 큰 도전이지만 대의를 위해 도전하는 것이다. 우리 당은 고마워하고 의미를 부여할만한 일"이라고까지 설명했다.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는 한 비대위원장은 불과 18일만에 김 비대위원의 총선 불출마 상황을 맞이하게 된 유권자들에게 무슨 일이 중간에 벌어졌는지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 두루뭉술 넘긴다면 여의도를 떠도는 풍문처럼 '윤심 공천'의 의구심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의도 사투리'의 속성상 명쾌한 언어로 된 반박이 없을 경우, 풍문은 공중을 떠돌다가 유권자들의 마음 속으로 침투하게 된다. '김건희 스캔들'이 지금 그러한 상황인 걸 우린 목도하고 있다.
지지율 29%(한국 갤럽 2일 발표 여론조사 기준) 대통령의 '윤심 공천'이 현실화될 경우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비대위원장은 알고 있을까?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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