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경제성장에도 美 유권자는 왜 우울한가

관리자 2024. 2.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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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는 여러가지 이상한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선진국들 가운데 미국만이 유일하게 높은 경제성장률과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며 전례 없는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도 미국 유권자들은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리고 팬데믹이 끝난 지금, 미국의 가계소득이 코로나19 직전 상황과 비슷해지자 저소득층에서는 바이든 때문에 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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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황에 빈부격차 줄었지만
백인 노동자·저소득층 서민들
소득감소·물가상승 지속 오해
통계·사실 무시태도 근본 원인
자극적 가짜뉴스 무분별 신뢰
무책임한 판단 결과 어떨지…

요즘 미국에서는 여러가지 이상한 일이 이어지고 있다. 부자 감세와 복지정책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고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백인 노동자와 저소득 유색인종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선진국들 가운데 미국만이 유일하게 높은 경제성장률과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며 전례 없는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도 미국 유권자들은 경제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도대체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됐을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간 수표를 포함해 3조1000억달러 규모로 현금성 재정을 코로나 긴급지원자금으로 살포했다. 2021년 출범한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1조9000억달러 규모로 긴급구제 프로그램을 집행했다. 추가적인 산업정책으로 초대형 재정 지출 확대정책도 펼쳐왔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 경제는 선진국 중 ‘나 홀로 호황’을 기록했다. 2.5%의 경제 성장률을 보였으며, 실업률은 지난 50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인 3.7%를 기록했다. 통제 불능인 것처럼 보이던 인플레이션도 3%대로 낮아지면서 미국 주가는 날마다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2022년부터 가시적으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그해말 미국 금리는 5%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 이에 모든 경제학자는 지난해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전대미문의 호황이었다. 또한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전체 소득 증가율보다 4%나 더 높아지는 등 빈부격차도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작 백인 노동자들과 저소득층 서민들은 부자 감세정책을 약속하는 트럼프를 더 지지하는 것이다.

이런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나타난 첫번째 원인으로 팬데믹 기간 펼친 긴급지원정책의 영향을 꼽을 수 있다. 팬데믹 기간 중 트럼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막대한 현금을 뿌렸다. 그 결과 2021년 3월 미국 가계소득은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보다 15%나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리고 팬데믹이 끝난 지금, 미국의 가계소득이 코로나19 직전 상황과 비슷해지자 저소득층에서는 바이든 때문에 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원인으로는 미국의 급격한 물가상승을 들 수 있다. 트럼프의 현금 살포정책으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한때 9%를 상회하기도 했으나 최근 3%대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목표 물가상승률인 2%에 근접할 정도로 물가가 낮아졌음에도 팬데믹 직후의 고물가 충격은 여전히 미국 저소득층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고물가를 잡기 위해 시행했던 고금리 정책으로 미국 저소득층은 ‘내 집 마련의 꿈’을 대부분 접고 고이자율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 역시도 바이든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오해가 퍼진 원인엔 ‘폭스뉴스’와 같은 보수 언론과 가짜뉴스를 전하는 극우 유튜버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통계와 사실을 무시하는 미국 유권자들의 태도가 근본적인 문제다. 사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자극적인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믿으며 충동적으로 투표하는 행태가 만연하다.

이렇게 쉽게 가짜뉴스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무책임한 유권자들이 만든 결과가 무엇인지는 지난 트럼프 시절 미국과 오늘날의 아르헨티나가 보여준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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