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곧 반가운 목소리 들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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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림은 가수 겸 배우였던 나애심의 딸이다.
1988년 KBS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 댄싱팀 '통큰아이'로 출연해 방송 경험을 쌓고 다음해 곧바로 가수로 데뷔해 히트곡을 냈다.
작사·작곡을 한 이건우·유영선 콤비는 가수 소방차의 히트곡 '통화중'을 만들었다.
김혜림은 이후 표절 시비로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1994년 발라드 가수로 변신해 '날 위한 이별'로 재기에 성공한 용기와 뚝심 있는 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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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림은 가수 겸 배우였던 나애심의 딸이다. 1988년 KBS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 댄싱팀 ‘통큰아이’로 출연해 방송 경험을 쌓고 다음해 곧바로 가수로 데뷔해 히트곡을 냈다. 그 노래가 바로 시외전화를 소재로 한 ‘디.디.디(D.D.D)’다.
작사·작곡을 한 이건우·유영선 콤비는 가수 소방차의 히트곡 ‘통화중’을 만들었다. 김혜림은 어머니 재능을 물려받았는지 이 노래를 바로 성공시켰다.
“그대와 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기에/ 전화 다이얼에 맞춰 난 몰래 그대를 부르네/ 속삭이듯 마음을 끄는 다정한 그 목소리/ 언제 들어봐도 왠지 두 눈엔 이슬만 맺히네/ 더이상 이제 나는 기다릴 수가 없어요/ 마지막 동전 하나 손끝에서 떠나면/ 디디디 디디디 혼자서 너무나 외로워/ 디디디 디디디 가슴만 태우는 그대여.”
이 곡은 무선 호출기와 휴대전화가 등장하던 통신기술 변환 직전을 그린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손가락으로 다이얼을 돌려 사용하는 검은색 전화기가 대부분이었다. 시외전화를 걸 때는 교환수를 거쳤는데, 급하면 교환수를 거치지 않는 시외전화용 직통전화를 썼다. 바로 노래 제목인 ‘디.디.디(D.D.D)’다. 이는 장거리 자동전화의 영문 표현인 ‘다이렉트 디스턴스 다이얼링(Direct Distance Dialing)’의 약자로 1971년 도입됐다. 1987년쯤 일반 사람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요금이 비쌌다.
‘디.디.디’에 엮인 상황은 많았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이 급한 일로 주인집 전화기를 빌려 디.디.디를 쓰면 미안한 마음에 통화 후 약간의 돈을 놓는 것이 기본 예의였다. 공중전화로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중전화는 동전을 계속 넣어가면서 전화를 걸어야 해 툭툭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가사에 나오는 “마지막 동전 하나 손끝에서 떠나면”의 의미를 여기서 알 수 있다. 1980년대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고향에 있는 부모에게 전화할 때 디.디.디를 썼고, 부모는 자식에게 부담이 될까 “빨리 끊으라”고 말하곤 했다.
김혜림은 이후 표절 시비로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1994년 발라드 가수로 변신해 ‘날 위한 이별’로 재기에 성공한 용기와 뚝심 있는 가수였다.
공자가 말한 ‘부모재 불원유 유필유방(父母在 不遠遊 遊必有方·부모가 있으면 멀리 놀러 가지 말고 놀 때는 반드시 가는 곳을 알려라)’까지는 못하겠지만, 명절 때 부모·친지에게 전화 한통이라도 할 여유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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