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서울이 그립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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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은 내가 태어난 곳이다.
노원구 하계동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때까지 30년을 살아온 곳이다.
종이 한장 들고 책상에 앉아 '당신의 작물을 이만큼이나 비싸게 사겠습니다'라는 서울 깍쟁이식 딜(deal)보다는 농부의 시간을 귀히 여기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핵개인화돼가는 현대사회에서 각자 삶의 방향성이 중요해진 요즘, 나 같은 청년이 있다면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의 삶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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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은 내가 태어난 곳이다. 노원구 하계동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때까지 30년을 살아온 곳이다. 그리고 충남 홍성은 나이 32살에 꿈을 펼치고자 온 곳이다.
홍성에 온 지 만 4년째가 돼가고 있다. 귀촌하기 이전 나는 대학원에서 농경제사회학을 전공하고 연구원 생활과 현장컨설턴트까지 농업·농촌과 관련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나름 ‘우리나라의 농업·농촌에 긍정적인 한획을 그어보자’는 포부를 안고 당차게 농촌분야에 뛰어들었으나, 흙 한번, 작물 한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한 ‘농알못(농사를 알지 못하는) 서울토박이’라는 자괴감은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택한 길이 로컬 창업이었다. 그중에서도 사회문제나 수요자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이를 비즈니스로 빠르게 연결하는 스타트업 방법론을 택했다. 돈벌이·밥벌이 문제도 있었지만 어느 기관이나 단체에도 속하지 않고 직접 느낀 농촌 현장의 문제와 요구를 사업으로 발전시켜 온전히 풀어가고 싶었다. 무엇보다 학창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농업이 지속해서 안고 있는 낮은 부가가치와 유통구조 문제’를 현장에서 겪기에 이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홍성에는 연고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제대로 정착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역농부와 연을 맺고자 새벽녘 하우스에서 함께 작물을 수확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종이 한장 들고 책상에 앉아 ‘당신의 작물을 이만큼이나 비싸게 사겠습니다’라는 서울 깍쟁이식 딜(deal)보다는 농부의 시간을 귀히 여기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물론 농사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호기심도 살짝 묻어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이 전해졌던 덕인지 이후 지역에서 감사한 인연을 줄지어 만나게 됐다. 마을 한편에 자리한 귀농귀촌의 집에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살 수 있게 됐다. 저온창고까지 딸린 마을의 유휴시설을 얻어 농산물 저장은 물론 2층에 작은 식품가공실도 만들 수 있었다. 이후 친환경농산물을 활용한 간편식사업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농산물 직거래, 지역에서 시작하는 새벽배송서비스까지 교과서와 연구보고서에서 보고 느꼈던 나만의 문제의식을 작은 실험들을 통해 풀어갔다. 물론 소기의 성과를 이룬 분야도 있지만 시장경제의 흐름 속에서 안타깝게 포기해야 했던 프로젝트도 많다. 그래도 이제는 홍성의 어엿한 청년 사업가로 성장한 듯하다.
서울이 아닌 홍성에서 다채롭게 삶을 펼치고 있다. 누군가 정해놓은 길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사람이 귀한 농촌에는 ‘나’라는 일개 청년에게 많은 분이 관심과 응원을 보낸다. 함께 온 아내도 이곳에서의 삶에 만족하며 감사해한다.
그래서 서울이 그립냐고? 아니 전혀.
진심을 다하면 그 이상을 돌려주는 지역이 농촌이라고 믿는다. 도시보다 사람이 없는 대신 지금까지 눈여겨보지 못한 귀한 것이 가득하다. 이는 새로운 기회가 많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핵개인화돼가는 현대사회에서 각자 삶의 방향성이 중요해진 요즘, 나 같은 청년이 있다면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의 삶을 추천해본다.
김만이 초록코끼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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