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언제나"…사모펀드 경영 기업들 '실적난'
경영 효율화 과정서 '갑질' 논란마저 불거져…공정위 직권조사 예고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주요 기업들을 줄줄이 인수하며 업계 '큰손'으로 떠오른 사모펀드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플랜이 변수를 맞았다. 기업 가치를 높인 후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인수한 업체들의 실적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일부 실적 개선에 성공한 업체들에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생경영을 뒷전에 뒀다는 지적마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한 5125억원이다. 같은 기간 예상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203억원) 대비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됐고 각종 비용을 절감한 덕에 수익성이 다소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전체 실적을 견인하기엔 역부족이다. 증권가는 한샘이 지난해 1조9756억원의 매출,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 전망이 들어 맞을 경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하고, 상장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한 2022년(영업손실 217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 2021년 10월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한샘 경영권을 1조4500억원에 인수한 후, 당초 기대와 달리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셈이다. IMM PE는 지난해 7월 1년 6개월여 만에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대표이사를 교체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도 부진한 실적으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시 7조2000억원의 몸값을 치르며 주목을 받았으나, 되레 실적이 하락하며 8년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15년 7조원 수준이던 홈플러스의 연 매출은 이듬해 6조원대로 떨어진 후 현재까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2022년 2월 회계연도부턴 적자로 돌아섰다. 가장 최근 공시한 감사보고서(2022년 3월~2023년 2월)만 봐도 매출은 6조60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1.6%)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1335억원에서 2602억원으로 확대됐다.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지난 2017년 인수한 주방생활용품 제조사 락앤락도 최근 가치가 급락했다. 지난 2022년 영업이익이 320억원에서 23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18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 역시 67.6% 늘어난 25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커졌다. 락앤락 측은 "중국 등 주요 시장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및 재고 평가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주가도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2017년 한때 주당 3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6000원 안팎을 맴돌고 있다.
어피너티가 비슷한 시기(2016년) 인수한 버거킹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한국·일본 버거킹 경영권을 약 2200억원에 인수한 뒤, 연평균 47.2%의 성장률을 보이며 성공적인 엑시트가 가능해 보였지만 지난 2022년부터 상승세가 꺾였다.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며 매장 수를 2016년 266개에서 최근 470개까지 늘렸으나, 수익성은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의 2022년 매출액은 75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8억원으로 68.5% 급감했다.
칼리일그룹에 인수된 투썸플레이스도 수익성이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투썸플레이스 매출은 2020년 3641억원, 2021년 4118억원, 2022년 4282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5억원, 372억원, 219억원으로 계속 줄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모펀드 인수 후 '갑질' 논란에 휩싸인 점이다. 단기간 수익 창출을 위해 각종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며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지난해 9월엔 투썸가맹점대표자협의회(협의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가 본사를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bhc치킨과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소유한 맘스터치는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지난 2022년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본사 연 매출 5000억원(개별 기준)을 넘어 업계 1위로 올라선 bhc치킨은 지난해에도 매출 증가세가 이어져 2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bhc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최고 수준인 20%대 이익률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맘스터치 역시 2021년부터 3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2019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다.
다만 bhc치킨과 맘스터치 모두 투썸플레이스처럼 사모펀드 인수 후 갑질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점은 불안요소다. bhc는 지난 2022년 7월 치킨 가맹점의 필수품목인 해바라기유 공급가를 한 번에 61% 올리며 점주들과 갈등을 빚었다. 비판이 계속되자 같은 달 다시 공급가를 낮췄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점주가 부담하는 평균 차액 가맹금 지급 비율이 경쟁사보다 높아 지적을 받았다. 맘스터치의 경우 최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원을 부과받았다. 가맹점사업자 단체를 구성했다는 이유로 가맹점주와 계약을 해지하고, 형사고소하며 압박을 하는 등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현재 bhc치킨, 투썸플레이스, 맘스터치 등 사모펀드가 인수한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직권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직권조사란 피해 당사자의 신고 없이도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불공정 행위가 의심되는 사업장을 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법 위반 행위가 중대하거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하는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적극적인 제재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품에 안기며 60년 오너 경영에 종지부를 찍은 남양유업은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할 예정이다. 과제는 적지 않다. 오너 리스크는 벗었지만,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0년부터 연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지고 적자 상태가 이어지는 추세다. 지난해에도 매출은 97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1.28%) 증가할 전망이지만, 영업손실은 390억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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