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불이 민가 삼켜…“사망 99명·실종 100명 넘어”

남미 칠레 중부를 삽시간에 집어삼킨 화마로 인명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최소 99명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이들의 생사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국이 진화와 실종자 수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4일, 칠레 대통령실 소셜미디어와 국가재난예방대응청(세나프레드·Senafred)에서 제공하는 재난정보에 따르면 중부 발파라이소주(州)에서는 지난 2일 오후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산불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불은 강풍과 건조한 날씨 등 영향으로 금세 거세졌고 여기에 더해 불길이 강풍을 타고 민가 쪽으로 삽시간에 번졌다고 당국은 밝혔습니다. 특히 토요일이던 3일에는 최대 풍속 시속 60㎞까지 기록될 정도로 바람이 셌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해는 칠레 대표적 휴양지인 비냐델마르를 비롯해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에 집중됐습니다. 공단 지역인 엘살토에서는 페인트 공장이 화염에 휩싸였고, 내부에서 인화성 물질로 인한 폭발도 발생했습니다.

국가에서 관리한 지 73년 넘은 역사 깊은 식물원은 90% 이상 소실됐고, 안에서는 근로자 가족 4명이 숨졌습니다.

이 세 곳에서 불에 탄 면적은 현재 110㎢에 달하며,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주택 3천∼6천 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당국은 추산했습니다.

특히 빈민가가 몰린 난개발 지역에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세나프레드는 지금까지 최소 99명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마카레나 리파몬티 비냐델마르 시장은 "생사 확인이 어려운 사람의 숫자는 100여 명에 이른다"며 "일부 가족들과 연락이 닿은 사람도 있지만, 현재 이 추정치는 중앙정부 데이터와도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소방관과 군 장병을 동원해 진화와 실종자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주 남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 대응으로 총력 대응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인 라테르세라는 전했습니다.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에서 525명이 사망한 2010년 2월의 규모 8.8 대지진과 쓰나미를 언급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2010년 참사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습니다.

세나프레드는 화염에 휩싸일 위험이 있는 30여 개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전날 내내 대피 알람을 보냈다고 강조했습니다. 비냐델마르 등 4개 도시에는 통행금지령도 내려졌습니다.

당국은 여러 곳의 화재 가운데 비냐델마르의 라스타블라스 지역은 방화에 의한 재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보리치 대통령은 또 희생자 추모를 위해 5∼6일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주칠레 한국대사관은 "지금까지 접수된 한인 피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사관 측은 긴급 공지를 통해 진화 때까지 발파라이소 및 비냐델마르 지역 방문을 삼갈 것을 교민과 관광객에게 당부했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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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mkdrea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