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캐논의 부활... 값싼 ‘혁신 반도체 장비’로 ASML 독점 깬다
카메라·프린터 업체로 유명한 일본 캐논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을 장악한 네덜란드 ASML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 장비 시장의 90%를 넘게 장악한 ASML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줄을 서서 제품을 기다릴 정도여서 ‘수퍼 을(乙)’로 통한다. 캐논은 ASML과는 완전히 다른 혁신 기술로 그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ASML보다 저렴한 장비로 승부를 내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논의 새 기술은 일본 제조업체들이 지난 30년 동안 한국, 대만, 중국 등 경쟁 업체들에 내줬던 우위를 되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수퍼 을의 독점, 깨질 수 있을까
FT에 따르면 캐논은 이르면 올해 초 저렴한 반도체 제조 장비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장비는 지난해 10월 처음 공개된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 기술이 적용됐다. 용도는 같지만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와는 다른 기술이다. EUV 장비는 웨이퍼에 화학약품을 도포한 뒤 그 위에 빛(EUV)을 쏘아 패턴을 새기는 방식이다. 회로 선폭이 5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인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반면 나노 임프린트 기술은 패턴이 새겨진 스탬프를 웨이퍼에 도장처럼 찍어내는 공정이다. 캐논은 “빛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공정보다 최대 90% 전력을 덜 소모하고 가격도 ASML보다 한 자릿수 저렴하다”고 했다. 구체적인 가격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ASML EUV 장비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캐논은 이 장비가 5나노 공정 수준까지 구현 가능하며, 장기적으로 2나노 공정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캐논은 나노 임프린트 장비가 ASML의 독점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도체 공정은 미세할수록 성능이 좋으면서 전력 소모가 적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초미세 공정을 위한 EUV 장비를 만드는 회사는 ASML이 사실상 유일하다. 대당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가 넘을 정도로 고가이고 장비를 인도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ASML 장비를 구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직접 ASML 본사를 찾을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캐논이 EUV와 경쟁하려면 수율이 90%에 가까워야 한다고 분석하지만, 캐논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타라이 후지오 최고경영자(CEO)는 “EUV를 완전히 이길 수는 없지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TSMC가 2025년부터 2나노 제품을 양산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고 미국 인텔까지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 뛰어든 만큼 앞으로 충분한 공급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 반도체 장비 산업 부활하나
일본 대표 장비 업체 캐논과 니콘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반도체 노광 장비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ASML이 EUV 장비를 내놓으면서 두 회사는 시장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다. EUV보다 구형인 심자외선(DUV) 장비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논은 2014년 ‘몰리큘라 임프린트’를 인수하는 등 정밀 기계의 강점을 활용한 역전의 기회를 꾸준히 노려왔고 이제 그 결실이 임박한 것이다. 몰리큘라 임프린트는 나노 임프린트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회사이다. 2006년부터 CEO를 맡아 세 번째 임기 중인 89세 노장 후지오 CEO가 뚝심 있게 사업을 밀어붙인 것도 캐논 부활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일본 정부가 반도체 자체 생산망을 다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서두르면서, 일본 반도체 장비 산업의 성장 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일본 반도체 장비협회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장비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27% 증가한 약 4조3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니콘도 반도체 장비 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니콘은 현재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없는 중국에 구형 기술을 적용한 장비 수출을 확대하면서 신기술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ASML 독점 구조를 해소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캐논과 니콘 주가는 1년 사이 각각 35%와 17%씩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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