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LA갈비 더 산다” 사과 가격 본 엄마들 화났다

송혜진 기자 2024. 2. 5.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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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격, 56% 뛰어 세계 1위
과일 28% 올라 13년 만에 최대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한 과일가게에선 사과 3개를 1만원에 팔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와 배 가격이 작년보다 눈에 띄게 올랐다. 파, 배추, 소금, 설탕 등 다른 식재료 가격도 많이 올라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우리나라 과일 물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사과(1㎏ 기준) 가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설 명절을 앞두고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표 과일 사과 값이 오른 것은 물론이고, 배·귤·딸기 같은 각종 국내산 제철 신선과일 가격이 다같이 폭등했다. 이에 국내산 과일의 대체재로 팔리는 오렌지·바나나 같은 수입 과일까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치솟고 있다.

4일 넘베오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형마트와 전통 시장에서 판매하는 사과 1㎏의 평균 가격은 6.75달러(약 9034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1위에 올랐다. 미국(5.35달러), 일본(4.48달러), 대만(4.29달러), 스위스(4.27달러) 등과 비교해 26~58%가량 비쌌다.

살 떨리게 비싼 건 사과 값만이 아니다. 수입 과일인 오렌지·바나나 판매 가격도 전 세계 1위다. 넘베오 조사에서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오렌지 1㎏의 평균 가격은 5.69달러(7616원)로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쌌다. 미국(4.54달러), 일본(4.06달러), 싱가포르(3.98달러), 스위스(3.45달러)보다 25~64% 정도 비싼 가격이다.

수입 과일 중 비교적 저렴한 편인 바나나 1㎏도 3.45달러(4617원)로 조사 국가 중 1위였다.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덴마크(3.07달러), 스위스(2.84달러), 스웨덴(2.51달러)보다 12~37% 높다. 농수산유통공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산 제철 과일 가격이 너무 비싸지자, 이에 대한 대체재로 소비자들이 수입 과일을 찾으면서 수입 과일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게 됐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전 세계서 과일값 가장 비싼 한국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18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과일 물가 상승률은 28.5%를 기록했다. 과일 가격이 이렇게까지 많이 뛰어오른 것은 지난 2011년 1월 이후 13년 만이다. 이 중에서도 설 명절 대목을 맞은 사과·배·귤 가격은 일반 소비자들의 상식선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사과 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56.8% 올랐다. 작년 6월부터 반년 넘게 두 자릿수 넘는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배는 41.2% 상승률을 기록,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귤도 1년새 40%가량 올랐다.

이날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가 조사한 전국 대형마트·전통시장의 사과(후지) 10알의 평균 가격은 2만4925원이다. 한 알에 2500원꼴이다. 서울 경동시장에서 판매되는 사과 평균 가격은 10알에 2만9400원에 달한다. 서울 길동 복조리시장에선 사과 10알에 4만원으로 1년 전보다 71%나 올랐다.

과일 값이 폭등하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불만이 넘쳐나고 있다. 회원수 270만명의 한 맘카페 커뮤니티엔 “올해 설 제사상엔 사과 한 개만 놓을 생각이다” “과일이 너무 비싸, 차라리 LA갈비를 더 샀다” 같은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레드향, 한라봉이 차라리 더 저렴”

이처럼 사과 값이 폭등한 것은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사과 재배 면적 자체가 줄어든 데다가 작년 봄 냉해에 여름 병충해까지 겹치면서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량이 더욱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사과와 배는 수입이 되지 않고 국내에서 100% 생산하고 유통되는 과일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산 사과·배를 수입하면 국내에 병해충이 유입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에 따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과나 배 가격이 오르면 대체 과일인 감귤에 수요가 몰려 감귤 값도 비싸지고, 바나나·파인애플·망고 같은 수입 과일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다.

정부는 올해 초 수입 과일 관세를 면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크게 효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사과·배 가격은 결국 올해 수확 철 물량이 크게 늘기 전까지 쉽게 잡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제수용 과일 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더 비싼 과일로 취급되던 레드향, 한라봉, 애플망고 같은 열대 지역 과일이 오히려 더 저렴하게 느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4일 총각네과일가게에서 판매하는 제수용 사과 5㎏ 한 박스는 9만8000원인 반면, 레드향 3㎏ 한 박스는 4만2000원이었다. 같은 무게로 쳤을 때 사과는 1㎏에 1만9500원이지만 레드향은 1kg에 1만4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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