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반품도 한국처럼...中 알리·테무·쉬인, 국내 시장 대공습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한국화’ 전략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에 배송·반품을 위한 물류 센터를 짓고, 한국 업체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 파격적인 정책까지 내놓고 있다. ‘C-커머스’(China+e-commerce·중국 이커머스)로 불리는 중국 업체 공세로 작년 1~10월 한국 소비자가 중국 상품을 해외 직구한 건수는 6775만건이다. 전년보다 64.9% 급증했는데 1초마다 2.6건씩 주문이 쏟아진 것이다. 한국 소비자의 국가별 해외 직구 점유율에서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앞지르며 1위에 올랐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을 중심으로 한 ‘C-커머스의 진격’에 국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정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플랫폼 사업’의 특성 때문에,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국내 유통업을 장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중국에 진출한 롯데·신세계 등 국내 유통 업체들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완전 철수한 것과 대비된다. 롯데·신세계 같은 전통적인 국내 유통 업체들이 쿠팡·네이버 등의 독주에 밀려 고전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유통 업체의 공세가 불러올 파장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송·반품·서비스도 ‘한국처럼’
가장 공격적인 곳은 올해 사업 전략을 현지화로 내세운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이다. 작년에만 마케팅·물류 등에 1000억원을 투자한 알리는 올해 한국에 공급·물류·서비스 거점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의 테무와 쉬인도 같은 전략이다.
C-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략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는 ‘공급의 한국화’이다. 한국 업체를 입점시켜 한국에서 직배송하는 상품을 늘려 배송 기간을 단축했다. 이를 위해 알리는 3월까지 한국 판매 업체에 ‘제로(0) 수수료’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판매 업체에 입점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정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두 번째 전략은 ‘물류 창고의 한국화’다. 알리는 인천공항 등에 반품 상품 집하장을 만들고 작년 11월부터 무료 반품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품 상품을 중국까지 보내야 했던 기존 시스템을 바꿔, 한국에서 처리해 반품·환불 기간을 크게 줄인 것이다. 알리는 올해 한국에 물류 센터를 갖춰 ‘주문 즉시 배송’ 시스템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과 ‘익일 배송’ 경쟁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AS(애프터 서비스) 한국화’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작년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은 465건으로 전년보다 5배로 늘었다. 고객 센터와 연결이 되지 않거나, 채팅 상담에서 한국어 소통이 어렵다는 불만이 주를 이뤘다. 알리는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 내 고객 센터를 확대하고, 한국인 직원을 늘리고 있다.
중국 핀둬둬의 쇼핑 플랫폼 ‘테무’ 역시 무료 반품과 구입 후 90일 이내 전액 환불 서비스를 내놨다. 중국 의류 플랫폼 ‘쉬인’도 다른 국가 고객의 후기를 한국어로 자동 번역하고, 반품·환불 메뉴를 한국어로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를 내놨다.
◇”이대로면 C-커머스 천하” 우려도
중국 업체들의 한국 공략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알리바바그룹은 소매 업체인 알리에 이어 도매 업체인 ‘1688닷컴’의 한국 진출도 준비 중이다. 쿠팡과 G마켓·11번가 등 국내 온라인 판매자 대부분이 중국 배송 대행 업체를 통해 1688닷컴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소매시장은 알리, 도매시장은 1688닷컴으로 나뉘어 공략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책은 거의 없다. 한국소비자연맹은 “해외 이커머스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으로 제재할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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