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줄 새는 K방산 기밀, 기술 방호벽 더 높이 세워야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 중인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기밀 자료를 인도네시아 연구원이 빼돌리다 적발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소속 연구원이 기밀 정보가 담긴 USB를 외부 반출하려다 붙잡힌 것이다. KF-21 사업은 인도네시아가 일부 기술을 이전받고 자국에서 48대를 생산하는 조건으로 개발비의 20%인 1조6000억원을 부담하는 사업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이 중 1조원을 미납 중이다. 비용 분담은 안 하면서 기술만 빼가려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지난 2022년엔 한국 잠수함 설계도가 통째로 대만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군 대령 출신이 대표인 국내 컨설팅 업체가 대만의 첫 독자 잠수함을 진수한 대만국제조선공사와 생산 컨설팅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법원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2020년엔 신무기 연구·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퇴직 연구원들이 첨단 로켓 ‘비궁’ 등 각종 무기 기밀 기술을 대거 유출한 사건도 있었다. 이들은 인공지능·무인 비행체 등 기밀 연구자료 60여 만 건을 USB에 담아 국외 유출했다. 적발되지 않고 외국에 넘어간 정보도 수두룩할 것이다.
첨단 무기는 국가가 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지원하고, 최소한의 생산 물량도 보장해야 개발이 가능한 품목이다. 한국 방산은 국가의 전폭적 지원과 민관 협력체계 덕에 눈부신 발전을 거듭,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 잠수함, 천궁·현무 미사일 등 세계적 수준의 무기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첨단 성능에다 합리적 가격, 납기를 맞추는 생산 능력 등 차별화된 경쟁력 덕분에 폴란드에 30조원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이 방산 선진국 대열에 올라가면서 KF-21 기밀 자료 유출 같은 사건이 더욱 빈발할 수 있다. 정부와 정보 당국은 K방산 기술이 유출돼 국익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퇴직자·외국인에 의한 기밀 유출 방지 대책을 더욱 면밀히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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