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는가?
한미의 보복, 감당 못 해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어
물론 안심·환상은 금물
다가오는 양국 선거에서
자신의 존재감 더욱 드러내려
재래식 도발 더 자주 시도할 것
지난 몇 주간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외교를 포기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는 추측이 많이 나왔다. 나는 2024년 북한을 낙관적으로 전망하지는 않지만, 다섯 가지 이유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이런 평가를 믿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첫째, 전면전까지 가지 않고도 김정은이 할 만한 도발의 단계가 많다. 북한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공통적 견해를 담은 ‘국가정보판단서’가 최근 기밀 해제됐는데, 이를 보면 북한 정권이 다양한 호전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에는 국경 지대나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의 재래식 도발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전쟁의 제1성으로 볼 수는 없다. (급속한 확전을 막으려면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둘째, 김정은이 빠른 속도로 무기를 시험·개발하고 있지만, 한미가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그가 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무기들이 한미의 보복을 억제할 수 있다고는 아직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김정은이 다르게 생각한다면 심각한 망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셋째,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 이후 더 빠르고 다양해진 한·미·일 군사훈련이 보여준 역량과 군사적 대비태세는 김 위원장이 동맹이 전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억지할 수 있다는 오판이나 잘못된 기대를 하지 않도록 보장하기에 충분하다.
넷째, 평양의 레토릭에 상응하는 현장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 정권이 선전하는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보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군의 기획자들은 전쟁 목적의 동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북한이 재래식 전쟁이나 핵전쟁을 수행할 정도의 준비를 한다면, 미국이나 동맹국이 못 볼 리가 없다. 작은 예를 하나 들자면, 만약 김 위원장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도록 수백만 발의 탄약을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섯째,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로 김 위원장이 전쟁을 하지 않으면 죽는(fight or die) 상황을 제시한다. 북한은 현재 그렇게 코너에 몰려 있지 않을 뿐더러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직후보다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 회담 실패와 그에 이은 코로나19로 인한 3년간의 봉쇄로 김 위원장은 고립되고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이득이 되는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 그리고 중국과의 풍부한 무역으로 봉쇄에서 벗어났다.
이것이 우리가 북한과의 전쟁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인가? 절대 그렇지는 않다. 북한의 호전적 행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24년은 미국과 한국에 매우 어려운 해가 될 것이다. 지난 두 번의 미국 행정부에 걸쳐 북한의 도발은 추세적으로 증가해 왔다. 최근 CSIS 한국 석좌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부터 바이든 행정부까지 북한의 호전적 행위는 총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도발이) 증가한 것은 무기 개발과 세밀한 보완을 위한 시험의 가속화 때문도 있지만 완성된 무기의 작전 연습과도 관련이 있다. 같은 CSIS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주요 선거(대통령 선거나 총선)가 있는 해에 항상 군사 도발을 고조시킨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더욱 그랬다. 김정일 집권하의 북한은 미국 선거 기간에 평균 4회 도발했다. 김정은 시대에는 이것이 3배 이상 늘어났다.
외교적 상황도 북한의 호전성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30년 동안 북한은 미국과 활발한 외교를 하고 있지 않을 때마다 늘 더 많은 도발과 군사 시위를 했다. 미국과 양자 또는 다자 협상이 진행되면 북한의 호전성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그러나 남북 외교에는 동일한 상관관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올봄 곧 있을 한미 연례 군사훈련은 북한의 대응을 이끌어낼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모든 요인은 북한의 행동이 매우 나쁜 해가 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외교 채널을 열려고 20여 차례에 걸쳐 진심 어린 노력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이는 바이든 행정부 잘못이 아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워싱턴의 정책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현상 유지를 지향하는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자면 그것이 올바른 전략일 수도 있지만, 김정은은 타협안에 만족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그는 한반도의 세력균형을 변화시키고 미국의 안보 공약을 약화시키려는 수정주의적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의 일방적 양보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대한 굴복이나 다름없게 될 것이다. 이는 또한 바이든이 양자 및 (일본과의) 삼자 동맹 연대 구축, 워싱턴 선언, 미국의 핵 억제 공약을 강화하기 위한 핵 협의체 구축 등에 기울인 모든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한국에 전쟁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2024년이 평온한 해가 될 것이라는 환상은 없어야 한다. 2017년 ‘화염과 분노’의 속편으로서, 김정은은 미국과 한국의 의지를 모두 시험할 것이고, 다가오는 양국 선거에서 자신이 느껴지도록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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