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매독의 습격
2024년부터 변경되는 여러 제도 중 매독의 감염병 등급이 4급에서 3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한때 코로나19와 함께 우리를 긴장시켰던 엠폭스 (원숭이두창)와 같은 등급이다. 어쨌든 상향 조정되었다니 뭔가 심각해졌다는 건데, 자세하게 살펴보면 의사 등 신고 의무자는 매독을 진단하면 24시간 이내에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환자에 대한 빠른 역학조사로 전파를 줄일 수 있고 환자 모두를 전수조사함으로써 예방 및 치료 정책에 이용하기 위함이다. 최근 일본 미국 등에서 매독이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를 여러 번 접했는데, 결국 우리나라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매독(梅毒, syphilis)이라는 이름은 ‘매화처럼 피어나는 독’이다. 병에 걸렸을 때 몸에 생기는 발진과 피부 궤양이 마치 ‘매화꽃이 핀 것’처럼 나타난다 하여 붙여졌다.
실제 최근 젊은 환자에서 성기에 생긴 궤양으로 1기 매독을 새로이 진단받거나 피부 발진까지 동반한 2기 매독 환자도 심심찮게 보게 되어 예전보다 환자가 늘어났음을 현장에서도 체험하고 있다.
매독은 세균인 매독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생식기 및 전신 질환이다. 다른 성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파 위험이 매우 높다.
매독의 감염 경로는 모자 간 수직감염을 제외하면 대부분 성관계 등을 통한 감염인과의 피부 직접 접촉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성 파트너에 전파할 위험은 51~64%로 높은 편이고 콘돔을 사용해도 콘돔에 덮이지 않은 부위가 매독균에 노출되어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성관계가 아닌 키스 중 생긴 가벼운 상처로도 옮길 수 있다. 그러나 매독균은 같은 욕조나 화장실을 사용한다고 전염되지는 않으며 옷이나 식기 문고리 수영장 물로는 옮길 수 없다.
매독이 무서운 또 하나의 이유는 감염 후 10~25년까지 장기간 진행될 수 있고 심지어 이 기간동안 다른 사람에게 전파도 가능하다. 장기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장 혈관 등 신체 모든 조직과 기관에 균이 침범해 조직 괴사, 심부전, 신경계를 침범하는 신경매독으로 진행하여 만성 뇌수막염, 기억력 장애, 뇌졸중으로 진행되거나 뇌기능 이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매독에 걸렸다고 알려진 인물로는 모파상, 마오쩌둥, 알 카포네, 프란츠 슈베르트 등등으로 치료법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치료법과 예방법이 확실히 알려진 현대에 특히 2010년 이후로 뚜렷하게 매독이 재유행을 보이는 이유로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한 즉석만남 앱, 랜덤채팅 앱 등의 데이트 애플리케이션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상용화와 이를 매개로 한 원나잇 스탠드와 불법 성매매의 활성화를 꼽고 있다.
매독은 초기에 발견하는 경우 페니실린(항생제)을 1회 투여해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치료가 늦으면 더 여러 번 항생제를 투여해야 할 수도 있다.
후기 잠복 매독은, 심장이나 신경계를 침범한 경우에는 항생제를 더 오래 사용해야 한다.
매독 증상이 있으면 성관계를 피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증상을 무시하고 성관계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매독은 퍼져간다. 처음 생긴 궤양이 없어진다고 병이 치료되었다 오인하지만 오히려 그 때 전염력은 더 강해진다. 방치하게 되면 매독균이 장기와 신경, 뼈에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을 일으킨다.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궤양을 발견하지 못해 병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경우에 따라 불임을 초래할 수도 있고 임산부가 매독에 걸렸다면 태아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태아가 선천성 매독에 감염될 경우 유산, 사산, 신생아 사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임신 전 매독 반응 검사 후 매독에 걸렸다면 치료 후 임신을 준비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과의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며, 매독은 초기 치료가 관건이므로 의심이 될 때는 바로 검사를 받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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