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고부가가치 선박을 넘어 명품 선박으로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 내장재, 다양한 문화 시설을 갖춘 선박은 단순한 해양 교통수단을 넘어 해양레저 및 관광 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사회적 지위와 품위를 상징하는 동시에 탑승자에게 고유의 경험과 감성적 가치를 제공하는 대형 크루저나 호화 요트 같은 선박은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닌 여행의 주된 목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선박은 독특한 여가 활동을 통해 여행의 품격을 높이는 명품 선박이라 불리며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경쟁자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지고 있다.
LNG 운반선 등으로 대표되는 고부가가치 선박도 월등한 기술을 바탕으로 품질과 성능을 차별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전세계 조선산업의 첨단 기술을 대변하며 최근에는 탄소제로 기술과 스마트 자율운항 기술이 더해져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있다.
저부가가치 선박에서 시작한 우리 조선산업은 이제 고부가가치 선박에 전념하고 있다. 중국의 중저가 선박 시장 공략으로 우리는 불가피하게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우리 조선산업의 수주율은 2022년 31.3%에서 지난해 25%로 감소했다.
문제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도 이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도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2024년 1월 세미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유조선(153만CGT), LPG운반선(125), LNG운반선(441), 컨테이너선(254), 기타(16) 선종 순으로 수주량을 보인다. 반면, 중국은 유조선(623만CGT), LPG운반선(124), LNG운반선(113), 컨테이너선(306), 벌크선(721), 기타(408) 순으로 수주량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유조선과 벌크선 분야에서 높은 수주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LNG운반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종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다. 이는 중국이 조만간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 적극 진입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며 최근 중국 조선사가 카타르로부터 초대형 LNG 운반선을 수주한 사건은 이러한 위협을 입증한다.
이미 대형 LNG 운반선 건조와 2만 TEU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스마트 선박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는 대형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를 통해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고 있으며, 대형 LNG 운반선의 수주 1위 점유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는 사이 중형·중소형 선박은 무차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제는 수주량에서 중국을 추월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 조선산업이 직면한 현재 상황도 쉽지 않다.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생산 인력의 고령화, 인력 부족, 작업 현장 기피 현상, 그리고 필요한 자본 투입과 같은 여러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산업계와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도전은 현재 위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은 미래의 우리 조선산업이 존속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성이 아닌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해시장을 넓혀야 한다. 때마침 친환경 스마트 선박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우리 조선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중저가 선박의 고부가가치화와 중소선박의 가치 상승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해양 생태계 보호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관련 기술의 급격한 발전, 그리고 스마트·디지털이라는 산업 혁명의 전환기에 탄소 제로라는 시대적 당위성이 더해져 선박의 고부가가치화는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이제는 세계 조선산업을 수십 년간 이끌어온 우리의 저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을 넘어서 명품 선박으로의 도약을 그려본다. 그리하여 변화와 혁신을 통해 명품 반열에 오른 우리 조선업이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하며 미래를 창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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