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찾으러 우주로 간다
유럽우주국, 우주 관측 첫 도전
2035년까지 검출 간섭계 구축
“빅뱅 이후 초기 우주 정립될 듯”
ESA는 중력파 검출 전용 우주망원경인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 ‘리사(LISA)’ 구축을 2025년부터 시작한다고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2017년 6월 ESA가 내세운 우주 과학 프로젝트 ‘우주비전 2015-2025’에 따라 중력파 우주망원경 건설을 거대 우주 미션으로 선정한 지 약 8년 만이다. 구축 마무리 시기는 2035년으로 예상된다.
LISA는 중력파를 검출하는 인류 첫 ‘우주 관측소’다. 중력파는 우주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현상 중 하나다. 블랙홀, 중성자별처럼 거대한 질량을 가진 2개의 천체가 충돌하면 충격의 여파로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우주 공간에 잔물결이 일듯 중력파가 퍼져나간다. 중력파를 통해 전자기파 분석만으로는 포착하지 못한 우주의 수많은 천체를 관찰한다는 게 천문학계의 기대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한 후 2015년에 이르러 미국의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가 최초로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관측된 중력파는 각각 태양 질량의 36배, 29배인 블랙홀 쌍성이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서로 충돌하며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LISA가 도입되면 지상에서는 관측이 어려웠던 거대 질량 블랙홀 쌍성의 충돌로 발생한 중력파까지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ISA는 3개 위성을 꼭짓점으로 한 삼각형 형태로 정렬된 레이저 간섭계 구조다. 위성과 위성을 잇는 한 변이 거대한 중력파를 포착하는 거대한 간섭계가 된다. 간섭계 3곳에서 중력파를 감지해 신호가 발생한 천체의 위치를 파악한다.
LIGO 등 지상 관측소는 중력파를 관측할 순 있지만 신호를 잡아내는 민감도에 한계가 있다. 블랙홀과 중성자별의 병합에서 나오는 고주파 중력파만 감지할 수 있다. 반면 우주에서는 고주파뿐 아니라 저주파 중력파까지 잡아낼 수 있다.
김영민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 선임연구원은 “질량이 훨씬 큰 블랙홀 쌍성은 서로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병합되는데 이처럼 공전궤도가 멀리 떨어진 채 충돌이 일어날 경우 저주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질량이 더 큰 블랙홀들의 충돌을 관측하려면 저주파 영역의 중력파 검출기가 필요하다. 지상의 중력파 검출기는 지구 지진 활동의 영향으로 10Hz(헤르츠) 이하의 저주파 영역대에서부터 잡음 신호(노이즈)가 커진다. 정확한 관측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태양 질량의 100만 배보다 무거운 블랙홀의 충돌까지 관측하려면 지구를 벗어나 우주 공간에서 관측해야 한다. 김 선임연구원은 “저주파 영역에서 관측 가능한 중력파가 고주파 영역보다 훨씬 많다”며 “LISA는 지상의 LIGO가 잡아내지 못하는 천체까지 발견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천문학계는 미국의 LIGO, 일본의 KAGRA 등 중력파를 탐색하기 위한 국제 공동연구에 활발히 참여 중이다. LISA의 경우 ESA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고 있어 아직까지 국내 연구진의 참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중력파 검출기가 없지만 LIGO 등에 참여해온 중력파 연구자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중력파 관측 이전엔 전자기파 관측으로만 이뤄진 정보를 통해 현재의 ‘빅뱅우주론’을 정립했다”며 “저주파 중력파를 통해 빅뱅 직후 초기 우주의 역사까지 얻는다면 현대 빅뱅우주론을 더 완벽히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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