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45> 눈 쌓여 허연 풍광을 조상(弔喪)한다고 읊은 조선 후기 신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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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뒤 숲의 까마귀 얼어 날지 않고(屋後林鴉凍不飛·옥후임아동불비)/ 해질녘 옥가루 같은 눈 소나무 사립문에 쌓이네.
해 질 무렵 눈송이가 소복소복 내렸다.
아침에 보니 사립문 위에도 눈이 쌓였다.
눈 덮인 산을 초상이 나서 흰옷 입은 것으로 묘사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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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뒤 숲의 까마귀 얼어 날지 않고(屋後林鴉凍不飛·옥후임아동불비)/ 해질녘 옥가루 같은 눈 소나무 사립문에 쌓이네.(晩來瓊屑壓松扉·만래경설압송비)/ 아마도 어젯밤에 산신령이 죽었나 보다(應知昨夜山靈死·응지작야산령사)/ 푸른 봉우리마다 다들 흰 옷을 입었네.(多少靑蜂盡白衣·다소청봉진백의)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신 신의화(申儀華·1637~1662)의 ‘눈 내린 후(雪後·설후)’로, ‘한시작가작품사전’(2007)에 있다. 그는 대과에 급제한 뒤 승문원군지(承文院權知) 등을 지내다 안타깝게도 26세에 세상을 떠났다.
시인은 눈이 내려 온통 은세계가 된 풍광을 읊었다. 해 질 무렵 눈송이가 소복소복 내렸다. 아침에 보니 사립문 위에도 눈이 쌓였다. 너무 추워 집 뒤 숲속 까마귀도 날아다니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 산신령이 지난밤 돌아가신 모양이다. 산들이 그를 조상(弔喪)하느라 모두 흰옷을 입고 있다. 시인이 20대 젊은 시절 쓴 시여서 그런지 표현이 싱그럽다. 눈 덮인 산을 초상이 나서 흰옷 입은 것으로 묘사했으니 말이다.
요즘 필자는 계속 ‘한객건연집(韓客巾衍集)’에 실린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이서구의 시를 읽는데, 감각이 기발하고 반짝인다는 생각을 한다. 네 명 모두 20·30대에 쓴 시이다. 젊으면 아무래도 피가 끓고 생각이 많은 모양이다. 필자는 젊은 시절에도 별로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필자가 20·30대에 쓴 시들에선 그런 느낌이 그다지 없는 듯하니.
어제가 24절기 중 첫 절기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었다. 지리산 아래 마을이 있는 지역에 이삼일 비가 내렸는데 산에는 봉우리마다 눈이 와 하얗다. 날씨는 포근하다. 입춘 지나니 심리적으로 봄이 온 것 같다.
목압서사 연빙재에 앉아 잘 못 쓰는 붓글씨이지만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 현관에 붙였다. 그런데 갈수록 손이 떨린다. 심장에 스텐트 시술을 한 뒤부터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필자의 손 떨림에 대해 “카페인 중독 현상 같다”고도 한다. 종일 녹차와 발효차 등 잎차를 마시며, 커피도 한 잔씩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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