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처음 붓 잡은 여인들, 그들의 일상기록

하송이 기자 2024. 2.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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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작가는 아니었다.

붓과 팔레트를 들고 캔버스 위에서 '나'로 새롭게 태어난 이들은 어느 새 작가가 됐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완주 화산골 지역으로 간 여은희 작가가 내면 속에 '예술'과 '공동체'를 품고 있던 이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프로젝트는 일찌감치 끝났지만 이들은 5년 동안 여 작가와 동고동락하며 그림 세계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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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 50~70대 여성들 모임 예술공동체 ‘물푸레’ 7명 작가들

- 부산 ‘안녕,예술가’ 초청 기획전

애초부터 작가는 아니었다. 귀농한 주부였고, 농사꾼이었다. 그 이전에도 그랬고, 그때 까지도 자신의 이름은 묻어둔 채 누구의 자식, 배우자, 엄마로 삶의 터전에서 묵묵히 살아오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 그들에게 예고 없이 다가온 붓과 물감은 그야말로 새로운 충격이었다. 붓과 팔레트를 들고 캔버스 위에서 ‘나’로 새롭게 태어난 이들은 어느 새 작가가 됐다. 전북 완주 ‘물푸레 공동체’ 이야기다.

이선옥 작가의 ‘자화상’. 안녕,예술가 제공


‘물푸레 공동체’는 2019년 전북 완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예술인 한 달 살기’프로젝트를 계기로 꾸려진 예술 공동체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완주 화산골 지역으로 간 여은희 작가가 내면 속에 ‘예술’과 ‘공동체’를 품고 있던 이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50대부터 70대까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처음엔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 앞에서 이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냈다. 프로젝트는 일찌감치 끝났지만 이들은 5년 동안 여 작가와 동고동락하며 그림 세계에 빠져 들었다. 지난해에는 전북미술대전과 온고을미술대전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부산 중구 전시공간 ‘안녕,예술가’는 이들을 부산으로 초대했다. 오는 7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안녕, 나의 예술’이다. 물푸레 공동체가 전라도를 벗어나 관객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옥선 작가의 ‘냐~아옹’. 안녕,예술가 제공


“사는 곳도 방식도 다르지만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문화활동과 예술에 대한 물음을 이어가는 공동체라는 점에서 물푸레 공동체와 안녕,예술가의 지향점이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지역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전시를 기획한 안녕,예술가 유경혜 대표의 설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동체 소속 7명의 작가가 나섰다. 귀촌생활을 하며 가족이 된 반려동물의 모습, 농사를 짓고 열매를 수확하는 일상, 자신이 심었던 사과나무의 성장 과정 등 일상적이지만 그래서 소중한 찰나를 캔버스에 담았다. 자화상이나 첼로 등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나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물푸레 공동체 변돌매 회장은 ”5년 전 처음 접했던 아크릴 화는 벅찬 감동과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5년 여정이 결코 쉽진 않았지만 회원들은 각기 다른 색깔과 사랑으로 공동체를 지키면서 더욱 단단해 졌다. 앞으로도 받은 것을 나누는 자리에 회원들과 함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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