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서현역 사건의 ‘무기징역’을 보며
“이 사건 범행으로 사망한 피해자 둘은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절대적 가치인 생명을 잃어 회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유족들 또한 과연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지난 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호 법정. 형사2부(재판장 강현구)가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고인 최원종(23)의 판결을 선고하며 양형 이유를 읊었다. 피고인이 주장한 ‘심신미약 감경’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직후였다. 검찰은 앞서 사형을 구형했다. 이 사건으로 숨진 2명의 피해자의 유족들은 서로의 손을 꽉 붙잡고, 안도하는 듯 한숨을 쉬기도 했다.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정의 분위기가 순간 뒤바뀌었다. “법원으로서는 사형의 형벌로서의 특수성, 다른 유사 사건에서의 양형과 형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사형 이외에 형벌로서 가장 무거운 무기 징역을 선고합니다.” 곧 법정은 유족들의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퇴정해야 한다”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법정 밖으로 나온 뒤에도 유족들은 주저앉아 곡소리를 냈다. 흡사 비명 같은 울음을 터트리던 한 유족은 “먼저 떠난 가족을 도저히 볼 낯이 없다”고 했다. “왜 죽였어... 왜...”라며 비명을 내지르기도 했다.
선고 재판을 앞두고 만난 유족들의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곪아 들어갔다. 이 사건으로 숨진 고(故) 이희남씨의 남편은 “아내 없는 세상을 생각조차 안 했는데 앞이 깜깜했다. 열심히 살았는데 인생이 허무하다. 슬픔·원통함·안타까움·미안함·그리움, 시간이 지나면 좀 줄어들고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삼켰다.
유족의 소망은 세상을 떠난 가족이 돌아오는 것. 다만 그 소망을 이룰 방법이 도저히 없으니 “이 세상에서 범죄자를 영원히 분리해달라”고 한다. 현행 형법은 무기징역을 선고받더라도 2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살인 등을 저지른 흉악범이 사형 선고만 피하면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중범죄를 또 저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유족들이 흉악범에 대한 사형 선고를 원하는 이유다.
한국은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됐다. 김영삼 정부 막바지였던 1997년 12월 사형수 23명에 대한 교수형을 집행한 뒤, 27년 가까이 단 한 건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나온 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다. 작년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무차별 흉기 난동 살인 사건이 잇따라 벌어진 데에 대한 조치다.
법이 떠나간 사람을 되살린 순 없고, 무조건 사형이 능사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할 일을 해야 한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는 아직 이 개정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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