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19금 대사의 매운맛… 망설임 없이 질러야 맛 살더라

백수진 기자 2024. 2.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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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LTNS’ 주연 안재홍
‘섹스리스 남편’ 파격 변신
19금 불륜 추적극 ‘LTNS’는 “또드(또라이 드라마)”라 불리며 팬층을 형성했다. 남편 사무엘 역을 맡은 안재홍은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남편처럼 보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양파 껍질 벗기듯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티빙

“저희 팬들이 만들어 준 드라마 굿즈인데요.”

안재홍(37)이 통통한 두 손으로 콘돔 상자를 본떠 만든 비타민을 건넸다. 그가 출연한 티빙 오리지널 ‘LTNS(Long Time No Sex)’는 팍팍한 삶에 치여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가 돈벌이를 위해 불륜 커플을 추적하는 19금 드라마다. 자극적인 외피에 톡 쏘는 대사로 시선을 사로잡은 드라마와 잘 어울리는 굿즈였다. 6부작으로 지난주 종영한 드라마는 화제작 ‘환승연애3′를 누르고 티빙 오리지널 중 주간 시청 UV(순 방문자 수)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 'LTNS' 스틸컷. /티빙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에서 음침한 오타쿠 역할로 충격을 줬던 배우 안재홍은 부부 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는 남편 사무엘 역을 맡아 또 한 번 파격 변신했다. 지난 1일 만난 안재홍은 “’어른들이 보는 잡지 같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전고운 감독의 말에 끌렸다”고 했다. “기존의 어떤 대본과도 닮지 않았다는 게 매력이었어요.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새롭고 발칙한 드라마를 소개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그의 말처럼 한국 드라마의 미래를 묻거든, LTNS를 보라고 하겠다. 기존의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가 선정적인 노출이나 베드신으로 이슈 몰이를 했다면, LTNS는 각양각색 커플의 성생활을 까발리는 적나라한 대사로 한국 드라마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수위 높은 대사를 소화하기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오히려 배우가 주춤하거나 멈칫하면 대사가 가진 아찔한 매운맛을 오롯이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액션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불륜 커플을 오토바이로 추격하거나 산을 오르내리는 액션 장면도 많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카메라와의 호흡이 맞아야 하는 액션 신이더라고요.”

드라마 'LTNS' 스틸컷. /티빙

안재홍이 연기한 사무엘은 서울대를 나왔지만 사업도 부동산 투자도 실패하고 늘 아내의 눈치를 보며 풀이 죽어 있다. “한 가정의 거실을 들여다보는 듯한 생생함을 전하고 싶었다”는 그는 분홍색 머리띠를 쓰고 조신하게 바느질을 하고, 냉방비를 아끼기 위해 에어컨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생선을 굽는다. “전시회에서 그림을 볼 때도, 한 장면에서 많은 것을 읽어내잖아요. 1인용 소파에 늘어져 앉아있는 모습에서도 부부의 서사가 느껴지길 바랐어요.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바닥을 청소하는 짧은 장면에도 사무엘이라면 어떻게 할지 디테일을 고민했죠.”

그래픽=정인성

2009년 데뷔 후 다채로운 역할을 맡았지만, 사회의 주류와는 거리가 먼 ‘루저(실패자)’ 역할을 맡았을 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비호감일 법한 인물도 그가 하면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살아난다. 영화 ‘족구왕’에선 학점 2.1에 스펙이라곤 없지만 족구만큼은 자신 있는 복학생,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대학 입시에 6번 낙방하고 방구석에서 우표·LP판 따위를 수집하는 잡학박사 정봉이, ‘마스크걸’에선 친구라곤 애니메이션 캐릭터밖에 없는 음침한 오타쿠 주오남으로 변신했다. 탈모, 비만 분장까지 불사하며 제대로 망가진 연기에 “안재홍 은퇴작이냐””장가는 가야 하지 않겠냐” 같은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안재홍은 “그만큼 다 내려놓고 연기했다는 칭찬을 해주신 것 같아서 재밌고 영광스러웠다. 다만 은퇴는 하지 않고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며 웃었다. “일부러 파격적인 캐릭터를 선택한 건 아니에요. 다만 새로운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었죠.”

LTNS는 본능적 욕구마저 메말라버린 젊은 세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로 호평을 받고 있다. 안재홍과 이솜이 연기한 부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해서 샀지만 폭락 중인 아파트 대출금을 갚기 위해 커피 한잔 사먹기 어렵다. 안재홍은 “부부가 관계 개선을 위해 야한 말들을 주고받는 장면이 있는데, 편집본을 보니 그 장면이 의외로 슬프게 느껴지더라”면서 “발칙하면서도 애잔하고, 웃기면서도 슬픈 오묘한 감정들이 들었다”고 했다. “아직 결혼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연기하면서 느꼈던 건 결혼은 ‘지속적인 격려’ 같더라고요. 서로 계속 마음을 전하고 다독거려 줘야 하는 게 결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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