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신설로 200만 전남도민 건강권 보장해야”
고령인구 전국 최고 수준인데도, 의사 구인난 등 의료 공백 심각
필수 의료 제공 못해 원정 진료
범도민추진위, 도민 염원 결집… 지역 단일의대 수립 힘 보탤 것
허정 전남 국립의과대학 유치 범도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남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데다 동네의원 개원마저 꺼리는 열악한 의료 현실에 놓여 있다”며 국립의대 신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허 위원장은 “의료 인프라 부족 현상은 도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갈수록 커지는 국립의대 신설 요구 목소리에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허 원장은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회장, 광주에덴병원장을 맡고 있다.
―전남의 의료 환경은 얼마나 취약하나.
“초고령사회인 전남은 의료서비스 수요가 많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형적 특성상 도서·산간 지역도 많아 의료 접근성 또한 매우 취약하다. 276개 유인 도서 중 의사가 없는 섬이 164곳이나 된다. 중증응급·외상환자 등 다른 지역 유출률이 전국 최고로, 연간 의료비로 1조5000억 원이 유출되고 있다. 지방의료원과 지역병원은 고액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일부 과목을 휴진하는 등 의사 구인난이 심각하다. 그동안 농어촌 의료 공백을 메워왔던 공중보건의마저 해마다 줄어 순회 진료 확대, 보건지소 통폐합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다.”
―의료인으로서 어떤 점이 가장 안타깝나.
“의료인력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필수·응급의료 자원이 부족하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74명으로, 전국 평균(2.18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증감 폭 또한 전국 시도 중 최하위권이다.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아이들과 산모들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 189곳은 22개 시군 중 목포, 여수, 순천, 나주, 광양에 편중돼 있다. 곡성, 구례, 보성, 영암, 장성, 신안 등 6개군은 소아청소년과가 없다.”
―범도민추진위가 출범한 지 두 달째를 맞았다.
“범도민추진위는 학계, 경제계, 시민사회단체, 정책 전문가 등 도민을 대표하는 333명으로 구성된 순수 민간단체다. 도민의 역량과 염원을 결집해 대내외적으로 한목소리로 의대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출범과 동시에 전문가 포럼을 개최해 지역 내 공감대를 만들고 1월 2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의대 유치 염원 범도민 결의대회를 열어 의대 설립에 대한 도민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국회까지 가서 결의대회를 연 이유는….
“지역·필수의료 인력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 등에 국립의대 신설에 대한 간절함과 절실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영하 10도의 매서운 날씨에도 700여 명의 도민과 향우가 참석해 의대 신설을 바라는 도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염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오랜 세월 감수해 온 위험과 불편에서 벗어나 우리 후손에게는 반드시 건강하고 안전한 전남을 물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함께해 주신 자리였다.”
―목포대-순천대가 공동 단일의대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공식화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의대 신설을 바라는 각 지역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공동으로 의대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전남을 대표하는 양 국립대학의 공동 단일 의대 설립 추진 결정은 반드시 전남에 국립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는 뜨거운 열망과 절박함의 산물이라 생각한다. 지역의 개별적 목소리에 대한 걱정을 잠재우고 정부 정책 방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범도민추진위 활동은….
“정부가 조만간 의대 증원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도민의 30년 염원인 국립의대 신설도 확정해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국립의대 신설이 확정된다면 목포대-순천대 공동 단일 의대(안)가 성공적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정부가 기존 의대 증원만 발표한다면 의대 신설이 되는 날까지 계속해서 도민의 역량과 염원을 한데 모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정부와 국회에 한목소리로 의대 신설을 촉구할 것이다.”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민간 주도의 절박한 의대 유치 활동이 이번에는 꼭 결실을 보도록 뛰고 있다. 그동안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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