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98] 아일랜드의 저항노래
아일랜드의 저항가(Rebel song) 전통은 유구하다. 이 민족이 지난 800년간 겪었던 핍박과 착취의 가슴 아픈 역사와 함께 자라왔기 때문이다. U2와 시네이드 오코너 같은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이 노래들을 자양분으로 성장했으며 오아시스 같은 맨체스터 출신의 로커들도 이제는 70대를 훌쩍 넘긴 울프 톤즈의 광팬이었다. 이들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5음계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외세로부터 고통 당한 우리의 정서와도 일맥상통하는 정서가 있다. 실제로 이 저항가들은 우리의 독립군가들과 정조가 비슷하다.
여전히 대영제국의 일원인 북아일랜드 신임 총리에 사상 처음으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인 미셸 오닐 신페인당 부대표가 임명되었다. 신임 오닐 총리는 임명이 확정된 직후 “나의 부모, 조부모 세대에서는 올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며 오늘은 새로운 새벽을 맞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닐의 아버지는 북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의 일원이었고 역시 IRA였던 사촌인 토니 도리스는 영국 공군특수부대(SAS)에 의해 살해되었다. 하지만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 이후 정치에 입문한 첫 세대인 미셸 오닐은 무장 투쟁 대신 평화를 강조하며 과거 남성 중심적인 투쟁 일변도에서 민생과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제시하며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었다.
이 젊은 세대마저 열렬하게 환호하는 노익장 밴드 울프 톤즈는 북아일랜드를 넘어 영국과 전 세계의 아일랜드 이민자들, 그리고 여전히 자유와 독립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제공한다.
“밤은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지/아일랜드는 분쟁으로부터 다시 태어나네/곧 우리 모두는 아일랜드인 연합이 될 거야/우리의 땅을 다시 한번 나라가 되게 하자(Night is darkest just before the dawn/From dissention Ireland is reborn/Soon We’ll all be United Irishmen/Make our land a Nation Once Again).”
십 대 때 일찍 엄마가 된 오닐은 어려움에 부닥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담담히 말한다. 해묵은 난제들이 켜켜이 쌓인 북아일랜드를 젊은 여성 총리가 잘 풀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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