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경선서 압승뒤 “투표율은요?”… “3.9%로 역대 최저”
경선 참여자 4년전 4분의1 수준
바이든 “트럼프를 패배의 길로”
美매체 “바이든, 유권자 설득 실패”… 대선 ‘본선 경쟁력’ 불안감 여전
3일(현지 시간) 미국 집권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공식 경선이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진행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96.2%를 득표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그가 승리 축하 행사에서 민주당 수뇌부에게 전화해 가장 먼저 물어본 사안은 투표율이었다.
현직 대통령이며 당내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승리는 투표 시작 전부터 예상됐다. 고령, 건강 위험 등 당 안팎에서 제기된 갖가지 우려 또한 압도적 득표율로 어느 정도 잠재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록 민주당원 약 330만 명 중 약 13만 명만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 또한 3.9%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CNBC 등이 보도했다. 4년 전보다 투표 참여자 역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밀리는 등 그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 흑인 표심 결집에 ‘쉬운 승리’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11시 50분 현재 개표율 99% 기준으로 96.2%를 득표했다. 경쟁자인 진보 성향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후보, 딘 필립스 하원의원은 각각 2.1%와 1.7%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개표 초기부터 승리가 확정되자 소셜미디어에 “여러분이 우리를 다시 대선 승리로, 트럼프를 다시 패배자로 만드는 길에 올려놨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반겼다. 이어 “트럼프가 미국을 분열하고 퇴행시키려고 결심한 극단적이고 위험한 목소리를 이끌고 있다”며 “이를 내버려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약 540만 명의 인구 중 26%가 흑인이다. 미국 내 다른 주보다 흑인 인구의 비중이 훨씬 높다. 이날 경선에서도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의 ‘바이든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날 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지부는 “흑인 유권자의 사전 투표 참여가 4년 전보다 오히려 13% 늘었다”고 밝혔다. 사회적 약자가 많은 흑인 유권자는 이동 수단 등의 제약으로 현장 투표보다 사전 투표를 선호하는 편이다.
민주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첫 경선을 가진 것도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아이오와에서 첫 코커스(당원대회), 뉴햄프셔에서 첫 프라이머리를 개최했다. 하지만 바이든 재선 캠프 측이 “두 곳의 백인 인구 비중이 모두 90%가 넘어 인종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경선 순서 변경을 주장했다. 4년 전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에서 모두 1위를 하지 못했다는 점도 순서 변경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CNN은 “(경선 순서 변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실한 유권자층에게 구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냈고 자택도 있는 델라웨어주의 재선 캠프 사무소를 찾았다. 그는 “트럼프는 2020년보다 더 나빠졌다”며 자신의 재집권은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어하기 위한 ‘임무(mission)’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4일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낙태권 지지 성향의 TV 광고를 하기로 했다. 낙태 반대 성향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노린 행보로 풀이된다.
● ‘최저 투표율’에 본선 경쟁력 우려 여전
CNN과 여론조사회사 SSRS가 1일 공개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그의 지지율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에게 4%포인트 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대부분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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