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유예 불발, 여야는 해결책 조속히 마련해야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이 지난달 27일부터 실시되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소규모 사업장은 혼란과 불안감 속에 놓여 있다. 소규모 사업장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법 시행이 2년 유예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민주당이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여당의 요구를 거부, 유예가 불발됨으로써 소규모 사업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산업 현장의 안전을 강화해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참변을 당한 하청근로자 고 김용균씨 사건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관점에서 제정된 법으로 노동자의 생명을 존중하자는 의미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국 83만7천여곳에 달한다. 대다수 사업장은 법 시행 관련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실정일 뿐만 아니라 전문인력이 충분히 양성되지 않아 기업들이 안전담당자를 구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 이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1월 해당 기업 1053곳을 설문조사해 보니 94%가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에 지난달 31일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등 3천500여명이 국회에 모여 “한순간에 예비 범법자로 전락했다”며 법의 유예를 호소하는 대규모 집회도 개최했다.
이 같은 소규모 사업장이 혼란에 빠진 책임은 여야는 물론 기업인들 모두에게 있다. 우선 지난달 27일부터 법이 시행됨을 알면서도 대비하지 않은 정부·여당과 기업들의 잘못은 크다. 특히 정부·여당은 지금까지 시행에 따른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다가 시행에 즈음해 유예를 주장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야당만 탓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거대 야당도 소규모 사업장이 법 시행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 또한 무책임하다. 2년 뒤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는 조건으로 유예를 수용할 뜻을 내비쳐 여당이 이를 협상안으로 제안했으나, 결국 민주당이 거부해 처리가 무산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생입법이라면 여당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말과 행동은 서로 다른 것 아닌가.
국회 임시회가 오는 8일 끝난다. 여야는 소규모 사업장의 어려움을 직시, 유예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야는 밤을 새워서라도 조속히 재협상에 나서 이번 회기에 개정안을 처리하기를 간곡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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