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포, 목련 피면 서울 될것”… 野 “못지킬 공약 또 꺼내”

김준일 기자 2024. 2. 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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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서울편입-경기북도’ 동시 공약
‘김포시민대회’ 참석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경기 김포시 라베니체광장에서 김포검단시민연대(김검연대)가 주최한 ‘김포-서울 통합 염원 시민대회’에서 서형배 김검연대 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포=뉴시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경기 김포시를 찾아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봄은 다가오는 4·10총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총선 승리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한 위원장은 또 “서울 편입도, 경기 분도도 해당 주민의 뜻을 존중해서 모두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며 경기북도 분도 공약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키지도 못할 사기 공약을 다시 꺼내 들겠다니 부끄러움도 모르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3일) 경기 김포시에서 열린 ‘김포-서울 통합 염원시민대회’에 참석해 “제가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까지는 국민의힘은 김포 등의 서울 편입을, 민주당은 경기 분도를 주장하면서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맞서 왔다”며 “저와 국민의힘은 발상을 전환했다. 경기 동료시민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일 비대위 회의에서 서울 편입, 경기 분도 두 공약을 함께 띄우기 위한 ‘서울-경기 생활권 재편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알렸던 한 위원장이 김포를 찾아 공약 이행을 재확인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5일부터 10명 내외 규모의 ‘서울 재편 TF’를 공식 가동할 방침이다.

하지만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접어들던 서울 편입론을 총선용으로 급조해서 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편입을 위한 단계인 주민투표가 불발된 상황에서 ‘공약(空約)’을 내놓는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4일 “노래 가사에나 나올 법한 사기 공약으로 시민들을 현혹하려는 것인가”라며 “국민의힘이 총선에만 이기면 저절로 김포가 서울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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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총선이 치러진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수도권이 121석인데 민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국민들이 지지한다는 건 당연한 얘기 아닌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5일 중 3일을 수도권 도시 방문에 집중하며 ‘경기 구리시, 김포시 등 서울 인접 도시의 서울 편입’ ‘경기북도 분도’ ‘도심 철도 지하화’ 등 공약을 잇달아 내놓은 것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4일 이렇게 말했다. 수도권 민심에 다가가기 위해 한 위원장이 전방위적으로 수도권 공약에 집중하고 있다는 취지다.

특히 한 위원장이 최근 강조하는 공약들은 도시 한 곳에만 해당되는 국지적 이슈가 아닌, 수도권 전반이 영향을 받는 사안들로 수도권 승리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공약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일단 던지고 보는 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임 지도부가 내놓았던 김포시의 서울 편입 특별법이 발표 2개월여 만에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던 상황이 채 정리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목련 꽃이 떨어질 때쯤 국민의힘의 사기 공약도 함께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 韓, 5일 중 3일 수도권 찾아

한 위원장은 서울 편입 이슈가 있는 구리시와 김포시를 2일과 3일 연이틀 찾으며 서울 편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정치권에서 ‘양립 불가능’으로 여겼던 ‘서울 편입’과 ‘경기북도 분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편입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고, 경기북도 분도는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에 초점이 맞춰져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지역별 시민들이 원하는 대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좋은 정치”라며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장 5일부터 서울-경기 생활권 재편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앞서 1일 배준영 당 전략기획부총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10명 안팎으로 위원을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TF에서는 교통 문제, 주거 문제 등 서울 인접 도시의 수도권 규제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도 공약을 발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는 여당이 수도권 총선 핵심 승부처로 삼고 있는 경기 수원시를 찾아 지상 경부선의 철도 지하화를 약속했다. 수도권에서 지상 경부선이 지나는 곳은 수원뿐 아니라 서울 용산, 영등포, 구로, 경기 부천, 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 펼쳐져 있어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이다.

국민의힘과 한 위원장이 수도권 이슈에 집중하는 것은 수도권이 총선에서 가지는 절대적인 위치 때문이다. 수도권에는 전체 253개 지역구 중 121석(47.8%)이 걸려 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2020년 총선에서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서울에서는 승리를, 경기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의석 확보를 내심 희망한다. 당 관계자는 “한 위원장은 야당의 공약이라도 선거에 도움 되는 것이라면 유연하게 차용하고 있다”며 “민심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선거”라고 강조했다.

● 수도권 공약 현실성은 의문

하지만 한 위원장의 이런 수도권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편입 문제는 지난해 11월 여권에서 운을 뗀 뒤 사실상 무산 수순에 있었다. 김포시 등의 서울 편입은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선거 60일 전에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달 10일까지가 시한으로 불발로 돌아갔다.

수원에서 강조한 철도 지하화에 대해선 한 위원장은 “재원을 감안한 공약이고, 상당 부분 민자를 유치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계획은 밝히지 않았고, 민자 유치 방식 역시 추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여당의 정책이 당내, 그리고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발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둥근 사각형과 같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서울을 거대화하겠다면서 경기도 분도에 찬성한다는 소리는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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