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내복’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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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 동안 화제의 선두 주자는 역대급 '강추위'였다.
수입에 의존하는 난방용 에너지 절약에 기여한다는 둥, 만병의 근원인 되는 감기 치료비를 줄여서 건강보험재정에 유익하다는 둥. 내복은 '유비무환'의 '과학'이라는 데까지 별 이견 없이 즐겁게 일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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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과 보온의 정비례 관계,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얇은 최신 종류, 옛날과 비교할 수 없는 과감한 색깔, 가장 효율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입처 등 의견과 조언이 다양했다. 나라를 사랑하는 분석도 빠지지 않았다. 수입에 의존하는 난방용 에너지 절약에 기여한다는 둥, 만병의 근원인 되는 감기 치료비를 줄여서 건강보험재정에 유익하다는 둥…. 내복은 ‘유비무환’의 ‘과학’이라는 데까지 별 이견 없이 즐겁게 일치하였다.
그러나 유쾌한 합의가 저절로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우선 제각각의 강추위 대처 방법보다는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영하 40도를 넘는 차가운 기단이 우리나라 상공으로 몰려온 탓이니 외출 시 옷을 단단히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전문가의 설명을 믿는 상식의 공유가 있었다.
또한 아무리 추워도 시베리아를 찾아가 없앨 수 없고, 한반도로 내려오는 기류를 막을 수도 없고, 차가운 기류를 따뜻하게 데울 방법이 없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도 작동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복에 관한 담소의 과정이 ‘말의 상식’을 벗어나지 않아서였다. 말을 들어야 할 때 듣고, 말을 해야 할 때 하고, 의견은 자유롭게 피력하고, 틀린 말은 인정하는 ‘말에 대한 예의’가 지켜져서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닌 유희적 본질(‘호모 루덴스’, 하위징아)과 정치적·사회적 동물로서의 본질(‘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이 충족된 결과인 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집단인 정치인과 정치지망생들의 입놀림이 더욱 분주해졌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그 말들의 대부분은 제대로 살아 보지도 못하고 사망할 것이다. 교묘하게 치장은 할 것이지만 강추위 대처 방안으로 시베리아를 없애자거나, 차가운 기류의 흐름을 막자거나, 따뜻하게 데우자는 엉터리 말들도 속출할 것이다. 즐거움과 합의 대신 표독함이 가득할 정치꾼들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대신 우리 스스로 ‘묻지 마 추종자’가 되지 말고 좋은 내복을 찾아내서 입도록 하자.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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