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환상’에 입힌 선명한 희망

김진형 2024. 2. 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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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와 지휘자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지휘자의 기술만으로 오케스트라를 완성시킬 수는 없다.

'겨울날의 환상'은 지난 2022년 송유진 상임지휘자 취임 당시 그가 꼽은 춘천과 가장 어울리는 교향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겨울날의 환상'에서는 춘천시향이 비로소 본 궤도에 올라 지휘자와 일치된 느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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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춘천시향 171회 정기연주회
명확하고 섬세하게 다져진 음색
피아니스트 김다솔 명료한 타건
차이콥스키 교향곡 ‘춘천’ 연상
▲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지난 1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춘천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에서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지휘자의 기술만으로 오케스트라를 완성시킬 수는 없다. 서로의 성향을 확인하고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음색을 세밀하게 단련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취임 3년차를 맞은 송유진 상임지휘자의 춘천시향도 비로소 자신들의 소리를 찾은 듯한 인상을 안겼다.

춘천시립교향악단의 171회 정기연주회가 최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윤이 객원 악장을 맡은 이번 음악회에서는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을 시작으로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 차이콥스기 교향곡 1번 ‘겨울날의 환상’이 연주됐다. ‘겨울날의 환상’은 지난 2022년 송유진 상임지휘자 취임 당시 그가 꼽은 춘천과 가장 어울리는 교향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피아노협주곡에서 김다솔의 몰입도 높은 연주는 두말할 나위 없었다. 김다솔은 명료한 타건으로 시작해 오케스트라와의 극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풍부한 멜로디와 더불어 트레몰로를 타고 빠르게 상승하는 건반이 서정적 감정을 전했다. 송유진의 물결과 같은 섬세한 지휘 또한 2악장의 회상적 분위기를 그리며 절제와 균형미를 맞춰나갔다. 그러면서도 지휘자의 선명한 강약조절은 화려함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을 그려냈다. 오케스트라가 강하게 밀고 나가는 3악장에서는 이에 질세라 피아노가 더욱 깔끔한 연주력을 표출했다. 마지막 타건을 향해가며 환한 웃음을 짓는 김다솔의 표정에서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유감없이 읽을 수 있었다. 앙코르로 연주한 리스트의 ‘하나의 잊어버린 왈츠’에서도 풍부한 감정표현이 묻어나왔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겨울날의 환상’에서는 춘천시향이 비로소 본 궤도에 올라 지휘자와 일치된 느낌을 안겼다. 객원 단원 또한 최소화, 춘천시향 본연의 음색을 느낄 수 있었다. 곡은 플루트와 바순의 민요풍 주제로 시작, 오케스트라는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강한 울림을 전했다. 고난이도 기술에서도 자연스러움을 한껏 끌어올리며 낭만적 표현이 나왔다. 차이콥스키가 직접 이름을 붙인 2악장은 ‘황폐한 땅, 안개의 땅’이라는 제목처럼 안개 속을 걸어나가는 풍경이 그려졌다. 호른의 절정부에서 일부 아슬아슬함이 있었으나, 지휘자는 아랑곳 않고 큰 그림을 그리며 전개를 이어나갔다.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지몽일까, 3악장에서는 앞선 분위기와 대조를 연출하며 지휘봉의 비팅(beating·박자 젓기)감이 또 한번 강해졌다. 4악장 종국에서 끝을 향해가는 활놀림은 희망의 꽃이 폭탄처럼 피어나는 환상적인 느낌을 그려냈다.

여전히 겨울의 땅은 차갑지만 다가오는 봄을 막을 수 없듯, 춘천시향의 이번 정기연주회 또한 더욱 단단해지는 연주력에 대한 기대감을 안겼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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