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황희찬 ‘춘천 듀오’ 4강 진출 역전드라마 썼다

한국, 8강전 호주에 2-1 승리
황, 후반전 페널티킥 극적 동점
손, 연장전 환상 프리킥 결승골
강원FC 출신 양현준 출전 활약

▲ 지난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과 황희찬이 포옹하고 있다. 황희찬은 후반 종료 직전 동점 페널티킥을, 손흥민은 페널티킥 유도 및 역전 프리킥골을 넣으며 한국의 4강 진출을 견인했다.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춘천 듀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호주와 8강전에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호주를 2-1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후반 막판까지 0-1로 끌려간 클린스만호는 손흥민과 황희찬의 매서운 뒷심 발휘로 4강행 열차에 탑승했다. 손흥민이 후반 추가 시간 단독 드리블 돌파로 루이스 밀러의 반칙과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황희찬이 성공해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둘의 남다른 우애도 볼 수 있었다. 클린스만호의 페널티킥 ‘1번 키커’는 주장이자 간판 손흥민이다. 그런데 이번 페널티킥은 황희찬이 찼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황희찬은 “내가 흥민이 형한테 차고 싶다고 했고, 흥민이 형도 바로 ‘오케이’ 해줬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마무리할 수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제가 페널티킥 상황에서 첫 번째 키커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 상황에서 피지컬적으로 힘들었고, 황희찬이 자신 있게 자기가 차고 싶다고 하더라. 황희찬도 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연장전 전반에도 좋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연장 전반 12분 황희찬이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를 선보여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반칙을 만들었다. 프리킥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가까운 쪽 골대를 향해 강하게 오른발로 감아 찼고, 호주 골키퍼가 손도 대지 못하며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AFC도 이 골에 대해 3일 ‘한국이 제 궤도에 오르는 가운데 손(Son)이 주역을 맡는다’는 제목의 홈페이지 게시물에서 “굉장한 프리킥 득점이 터지면서 손흥민의 아시안컵 통산 득점이 7골이 됐다. 2007년 대회 이후 손흥민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카타르의 알모에즈 알리(10골), 아랍에미리트(UAE)의 알리 마브쿠트(9골)뿐”이라고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이 밖에 강원FC 출신 양현준(셀틱)도 팀의 분위기를 바꾸며 승리에 일조했다. 양현준의 2번째 A매치 경기이자, 이번 대회 첫 출전이었다. 패색이 짙어지던 후반 40분, 주전 오른쪽 풀백 김태환(전북 현대) 대신 투입된 양현준은 주 포지션인 오른쪽 날개 공격수가 아님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연장전까지 총 35분에 불과했지만, 특유의 드리블로 호주의 밀집 수비를 흔들었고, 날카로운 크로스도 선보였다. 공격포인트를 얻진 못했지만 양현준이 준결승과 결승에서도 필요할 때 투입될 수 있는 옵션임을 증명했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3일 축전을 통해 “강원의 아들, ‘춘천 후평동 듀오의 극장골!’ 손흥민·황희찬 선수의 2023 아시안컵 4강 진출을 도민들과 함께 축하드린다”며 “가슴 벅찬 승리와 감동을 선사해 준 두 선수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후반 교체 출전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팀에 활기를 불어넣은 강원FC 출신 양현준 선수의 맹활약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심예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