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또는 방어…달라진 국민의힘 '김건희 리스크' 대응

김세정 2024. 2.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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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尹 신년 대담 앞두고 '명품백 의혹' 말 아끼는 모습
사과 필요하다던 이수정 "김건희, 그루밍 범죄 피해자"…기류 변화도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언급을 아끼는 모습이다. 일부 인사는 김 여사를 피해자로 두둔하기도 한다. 사진 왼쪽부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김경율 비대위원, 이수정 교수. /더팩트 DB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갈등을 촉발한 김건희 여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7일 예정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예상되면서다. 국민의힘은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껏 몸을 낮추고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을 아끼는 모습이다. 사과가 필요하던 일부 인사들은 김 여사를 피해자로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당내 대응 기류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7일 녹화 방식으로 KBS와 대담을 진행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직접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사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김 여사가 '공작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의 보완책은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대담을 앞두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 사이의 갈등, 그리고 두 차례 만남을 거치면서 김 여사에 대한 언급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거듭 부인하지만, 갈등과 봉합 뒤 김 여사에 대한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께서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라거나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지만 갈등 이후에는 "제가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얘기했던 적이 있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김 여사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더 말씀드릴 게 없다"며 함구했다.

김 여사의 사과를 자신있게 말하던 김경율 비대위원도 말을 삼가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거론하면서 "자금 흐름이 모두 다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명품백 언급은 피하고 있으며 지지자들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며 공격 대상을 민주당으로 바꾸기도 했다.

나아가 당내 일부 인사들은 김 여사가 피해자라는 입장으로 교통 정리를 하는 모양새다. 가방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를 공격하기도 한다. 영입인재로 경기 수원정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일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에 출연해 "핸드백을 받다니 무슨 일인가 그래서 처음에는 비판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사과를 직접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 나오는 정보를 보니까 목사라는 분이 반정부 사상을 가진 사람이고, 사전 기획을 해서 일종의 공작에 걸려든 거구라 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김 여사가 '그루밍' 범죄의 피해자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성폭력 그루밍 범죄 다 아시지 않나. 그루밍의 피해자로 만들어진 불법촬영물이면 촬영 당한 사람이 잘못이라고만 주장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범죄심리학적 관점에서 그루밍이라고 보는 건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교수는 "돌아가신 아버지 친구라고 그러면 누가 안 만나겠는가"라고 대답했다. 다만 이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유감 표명을 하시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여권 관계자도 <더팩트>에 "전달한 분이 아무래도 문제가 있지 않겠나"라며 이 교수와 비슷한 의견을 냈다. 국민의힘이 향후 역공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입장이 공식 발표된 뒤 국민의힘 당론이 명확히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미국 국빈 방문에 나서는 윤 대통령 부부의 모습. /남윤호 기자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입장이 공식 발표된 뒤 국민의힘 당론이 명확히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다.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면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김 여사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면 '대통령실에서 말씀하지 않았냐'고 대답할 것으로 보인다. 굳이 그래서 지금 김 여사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이 중도층 공략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발표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수행에서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9%에 그쳤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63%였다. 긍정 응답은 직전 조사(지난달 23~25일) 31%에서 2%포인트 떨어져 약 9개월 만에 20%대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에 이어 김 여사 문제가 부정평가 이유 상위권에 올랐다. 응답자들에게 부정평가 이유를 묻자 6%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꼽았다. '경제/민생/물가'(19%), '소통 미흡'(11%), '독단적/일방적'(7%)에 이어 '외교'와 함께 4위를 차지했다(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최 평론가는 "(김 여사가 피해자라고 입장을 바꾼 것이) 정확히 중도 공략에는 맞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다시 이슈가 재점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고, 우려는 전달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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