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장관 "트럼프 집권이 이스라엘에 더 좋아"(종합)

김상훈 2024. 2. 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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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그비르, WSJ와 서방언론 첫 인터뷰…"바이든, 이스라엘 방해"
"가자지구, 팔 주민은 돈줘서 내보내고 유대인 정착촌 세워야"
네타냐후 "바이든 행정부 지원에 감사…美 동의 없어도 우리가 결정해야"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극우파로 꼽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2024.02.04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카이로=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우익 연립여당 소속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집권이 이스라엘에 더 낫다고 주장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4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전쟁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하마스를 진압하는 데 이스라엘에 더 많은 자유를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의 방위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이스라엘의 현직 장관이 미국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은 우리를 전면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대신 (가자지구에) 인도적 구호물자와 연료를 주느라 바쁘고, 이는 결국 하마스로 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의 행동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바랐다.

그는 2022년 12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현 이스라엘 연정이 출범한 이후 해외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WSJ와 인터뷰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또 테러 혐의로 수감된 팔레스타인인을 석방하는 조건이 포함된 협상이나 하마스를 완전히 격퇴하지 않고 전쟁을 끝내는 협상에는 반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이 네타냐후 정권을 흔들 수 있는 충분한 지지를 확보했으며 필요하면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하마스 등에 붙잡혀 있는 인질과 팔레스타인인 보안사범 수천 명을 교환하는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는 엑스(X, 옛 트위터)에 "(하마스와의)무모한 합의 = 정부 해체"라고 썼다.

이런 방향으로 협상이 이뤄지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한 셈이다. 그가 이끄는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의 원내 의석수는 6석으로, 이 정당이 탈퇴하면 네타냐후 연정은 무너진다.

그가 엑스에 글을 올리고 몇 시간 뒤 네타냐후 총리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나는 수천 명의 테러범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WSJ은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벤-그비르 장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징후가 있으며 네타냐후 총리도 점점 더 그가 필요하다고 해설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총선이 열리면 제1여당인 리쿠드당은 의석이 현 32석에서 19∼27석으로 주는 반면 오츠마 예후디트는 6석에서 8∼9석으로 우파 정당 중 유일하게 의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남은 인질 석방과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논의 재개 등의 조건을 담은 휴전 협상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벤-그비르 장관이 높아진 지지도를 무기로 네타냐후 정권을 압박하면서 휴전 협상의 최대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아울러 향후 가자지구 주민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줘 다른 곳으로 떠나도록 하고 그 자리를 이스라엘인 정착촌으로 메워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는 자신의 계획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해 "가자지구 주민이 자발적으로 전 세계로 이주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진정하게 인도주의적인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인터뷰가 보도되자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등 진화에 나서면서도 미국이 이견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에게 이견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결단력 있고 신중한 선택을 통해 이를 잘 극복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면서도 무조건 미국의 요구에 '예'라고 답하고 해외에서 칭찬받으려는 사람이 있다"며 "가능한 부분에는 수긍하고 필요할 땐 거부하며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경험상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존권과 미래를 위해 싸우는 주권 국가로서 우리는 미국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 이스라엘 야당 등 중도파는 일제히 반발했다.

전시 연립내각에 참여하는 야당 지도자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엑스에 벤-그비르 장관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전략적 (대외)관계, 국가 안보, 그리고 지금의 전쟁 노력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1야당 예시 아티드를 이끄는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입지에 대한 직접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연립여당 소속 한 간부는 벤-그비르 장관이 네타냐후 총리의 '골칫거리'라고 칭하며 그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WSJ에 말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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