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민족주의 노선 정치인, 사상 처음 북아일랜드 총리 올라
북아일랜드 신임 총리에 사상 처음으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인 미셸 오닐 신페인당 부대표(47·사진)가 임명됐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닐 신임 총리는 이날 총리직 수락 연설에서 “오늘은 새로운 새벽을 맞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나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섬기고 (북아일랜드 시민)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목표로 하는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에서 총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임명은 2022년 5월 자치의회 선거에서 신페인당이 승리한 데 따른 것이다. 신페인당은 당시 사상 처음으로 의회 다수당을 차지해 총리 지명권을 확보했지만 친영국 성향의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이 연립정부 구성을 거부해 의회와 행정부 출범이 지연돼왔다. 북아일랜드에선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에 따라 민족주의 정당과 연방주의 정당이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DUP가 연정을 거부한 이유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후 영국과 무역장벽이 생긴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오닐 총리는 북아일랜드 의회 의원이었던 프랜시 몰로이의 고문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2007년 의회에 입성했다. 농업·농촌개발부 장관, 보건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마틴 맥기니스 신페인당 대표가 사임하면서 당을 이끌게 됐다. 아버지 브랜던 도리스는 과거 아일랜드 독립을 주장하며 분리주의 무력투쟁을 벌이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 일원으로 수감됐던 전력이 있다. IRA 일원이었던 사촌 토니 도리스는 1991년 영국 공군특수부대(SAS)에 의해 살해됐다.
오닐 총리도 민족주의자였지만, 무장투쟁 대신 평화를 강조하는 노선을 보였다.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때 조의를 표했으며, 찰스 3세 대관식에도 참석했다. 이 같은 행보는 신페인이 IRA의 정치 조직이었던 과거에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자녀의 어머니인 오닐 총리는 15세에 임신해 16세에 딸을 출산했으며, 지난해에는 손주를 얻었다. 그는 “나는 학교에 다니며 아기를 키우고 시험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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