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몰표’ 왜? “바이든 못한 것 있지만…트럼프는 꼭 막아야 한다”

김유진 기자 2024. 2. 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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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고향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마련된 2024년 대선 선거본부에서 연설 도중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민주당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90% 이상 득표 압승 거둬
적극 지지 아닌 반사이익
흑인들은 노골적 불만 표출
젊은층 ‘가자 전쟁’ 비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예상대로 압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개표가 99% 진행된 가운데 96.2%를 득표했다. 경선에 출마한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후보와 딘 필립스 연방하원의원은 각각 2.1%, 1.7%를 얻는 데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승리가 확정된 후 발표한 성명에서 “202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인들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냈다”며 “여러분이 우리를 대선 승리와 도널드 트럼프를 다시금 패배자로 만드는 길로 들어서게 했다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든에 다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막아야 한다.’

경선을 앞둔 지난 2~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만난 민주당 유권자들의 마음은 대체로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1980년 이후 줄곧 공화당 대선 후보가 승리한 공화당 강세 지역인 이곳의 민주당 지지층은 ‘트럼프 저지’를 염두에 두고 바이든 대통령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경선 당일 주도 컬럼비아가 속한 리치랜드카운티의 투표소 2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관심사도, 삶의 조건도 각양각색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을 뽑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어김없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됐다.

‘얼우드 파크 커뮤니티센터’ 투표소에서 만난 흑인 여성 캐런(72)은 “그는 모두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고, 미국을 대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악함 그 자체”라고 말했다. 백인 여성 달린 브래들리(73)는 과거 공화당 후보에도 투표한 적 있는 무당파이지만 “트럼프를 막겠다는 일념이 내가 바이든을 뽑기로 한 가장 큰 동기”라며 “트럼프가 돌아오면 모든 걸 망가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전투표한 흑인 여성 게일 오웬스(68)는 전날 세인트존 침례교회 앞에서 만난 기자에게 “차이니즈 바이러스 등 트럼프가 유색인종을 겨냥해서 한 말은 너무나 끔찍했다”며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트럼프가 있었던 2021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절대로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이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명 선택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국정지지도를 반영하듯 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기류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단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이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바이든 정책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랜디(49)와 크리스티(48) 슈뢰더 부부는 “진보적 관점에서 바이든이 하지 않은 일이 많다. (연방대법원이 폐기한) 임신중지권 보장 판례인 ‘로 대 웨이드’ 성문화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주 교육부 공무원으로 일하는 숀(33) 역시 “재생산 권리나 성소수자 권리 측면에서 진전된 것이 별로 없다”면서 이번에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특히 흑인 청년들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여론조사 등으로 드러난 흑인들의 민심 이반 징후를 뒷받침하는 대목이었다. 지난해 말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조사에 따르면 흑인 성인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50%로, 2021년 7월 조사 때의 86%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트럭운전사 릭 모리스(30)는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흑인들의 지지가 약간 줄어들었다는 조사가 있다’고 말을 건네자 “내가 보기엔 약간이 아니라 완전히 추락했다. 대통령 당선을 위해 흑인들을 위하겠다고 말했을 뿐 우리의 고통에는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미국 MZ세대의 민주당 지지 이탈 요인으로 지목되는 바이든 정부의 전쟁 대응에 대한 반감도 확인됐다. 미 사회의 인종차별과 편견에 둘러싸인 흑인들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인명 피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앞에서 만난 마일스(20)는 “가자 전쟁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많이 죽고 있는데 미국은 뭘 하고 있는 건가”라고 비판했고,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한 셀레나(19)도 “바이든이 전쟁을 지속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민주당을 전폭 지지해온 흑인 유권자 표심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에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 그는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찰스턴과 컬럼비아를 찾아 “바로 여러분이 내가 대통령이 된 이유”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경선 전날에는 첫 흑인·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보냈다.

다만 중장년층 흑인들은 상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마운트올리브 흑인감리교회의 R L 브라운 목사는 “경제, 이민 문제가 잘못된 것은 바이든 탓이 아니다. 오히려 의회에서 양당이 서로 싸우느라 할 일을 하지 않은 탓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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