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라크·시리아 영토 공습…이란·러시아, 안보리 소집 요구
영국과 연합해 예멘 후티 반군도 공격…‘중동 전운’ 고조
미국이 결국 요르단 기지 내 미군을 사망케 한 시아파 민병대와 이란 혁명수비대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다음날에는 영국과 함께 예멘 내 후티 반군 기지를 공격했다. 공격과 맞대응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중동 지역 내 확전 위기의 수위가 연일 전고점을 뛰어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 및 관련 민병대를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공습은 작전지휘통제시설, 로켓·미사일·무인기 보관 창고 등 7개 지역 85곳 이상의 목표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는 최근 요르단 내 미군기지가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연합체인 이라크 이슬람저항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폭사한 데 따른 첫 보복 공격이다.
이번 보복 공습을 위해 미국 본토에 있던 전략폭격기 B-1 랜서를 비롯해 많은 전투기가 동원됐으며, 125개 이상의 정밀 무기가 사용됐다고 미군 측은 밝혔다. 특히 공습에는 유인기뿐만 아니라 무인기도 사용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미군의 공습으로 시리아에서 23명, 이라크에서 16명 등 최소 39명이 사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대응은 오늘 시작됐다”면서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군사작전이) 계속될 것”이라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자국 영토를 공격받은 이라크와 시리아는 “영토 주권에 대한 침해”라며 반발했다. 이라크 정부는 사망자 가운데 민간인도 포함돼 있다면서, 자국 주재 미 대사대리를 초치했다. 백악관은 이라크에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이라크 정부는 “근거 없는 기만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라크 관리들은 이라크 주둔 미군 2500명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란은 나세르 칸아니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미국의 공격은 역내 긴장과 불안정을 증대시킬 뿐인 또 다른 모험이자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이번 공격이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범죄를 덮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미국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도 미국의 공격을 비판하며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미국은 3일에는 영국군과 함께 예멘 13개 지역에 위치한 후티 반군의 무기저장고와 미사일시스템, 방공시스템 등 목표물 36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을 겨냥한 미국과 영국의 합동작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호주, 바레인, 덴마크,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6개국이 이번 작전을 지원했다. 미국 주도 연합군의 작전은 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부터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전쟁을 비판하며 홍해를 지나는 상선 등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뒤 시작됐다. 후티 정치국 위원 모하메드 부카이티는 이날 “우리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가자지구의 대량학살 범죄가 중단되고 그곳 주민들에 대한 포위 공격이 해제될 때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본격적인 군사행동 개시로 중동 지역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에서 전쟁을 확대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 이틀간의 공습은 사실상 확대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다만 미국과 이란 모두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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