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정면충돌은 꺼리는 미국…‘가자 전쟁’ 대응이 변수
수위 조절하며 확전 억제
이스라엘 지원이 시험대
친이란 세력의 무력 도발을 저지하면서 이란과의 전면 대결은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인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과 3일 이틀 연속 친이란 민병대와 예멘 후티 반군을 공격하면서도 이란을 직접 타격하지 않는 등 수위를 조절했다. 사전에 공격을 충분히 예고하는 등 적이 입을 타격을 축소하기 위해 부심한 흔적도 보인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이란도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미국의 공습을 규탄했으나, 군사적 대응은 거론하지 않는 등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눈에 띄게 온화한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은 앞서 이라크 이슬람저항군(IRI)의 공격으로 미군이 사망하자 IRI에 자제를 요구했고, IRI 핵심세력인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미군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확전 억제 의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본격적인 군사행동이 친이란 무장세력들의 추가 도발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미·영 연합국의 대대적인 공습에도 홍해에서의 군사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전쟁이 중단되지 않는 한 미군의 어떤 공격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인 피터 베르겐은 “중동지역에서 이란 대리세력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대체로 실패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확전을 막으려면 미국은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가자지구 전쟁을 해결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공습보다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합의를 빨리 성사시키는 것이 지역 긴장감을 진정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이란 역시 미군의 공습을 규탄하는 성명에서 미국 대신 이스라엘을 중동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 지역의 긴장과 위기의 뿌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가자지구 군사작전 지속, 그리고 미국의 지원하에 이뤄지는 팔레스타인인 학살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이 친이란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대리세력 거점을 공격하는 것으론 이란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이란의 역내 영향력만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르겐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이라크 정부와 사이가 틀어진 것은 물론 이라크 주둔 미군에 대한 철수 요구가 높아진 것을 거론하며 “이는 이란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마찬가지로 이란 입장에선 중동지역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미국을 대체하려는 노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단기적으로는 대리세력의 무력 도발을 통해 이스라엘의 지원자인 미국에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압박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중동지역 내 미군 철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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