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한수자 작가 부부 “자폐아·비장애인 함께 교육은 위험하다는 여론…우리 사회 민낯 봐”

이홍근 기자 2024. 2. 4. 21: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사 학대 유죄’ 판결 이후…입 연 주호민·한수자 작가 부부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4일 경기 성남의 작업실에서 자신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특수교사가 기소된 것과 관련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녹음
교사와 분리 위해 신고 불가피
돌발행동을 성희롱으로 부각
본질 왜곡한 자극 보도로 고통

수원지법 형사9단독(재판장 곽용헌)은 지난 1일 만화가 주호민·한수자 작가 부부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A씨의 언행이 정서적 학대이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린 사건을 여론은 당초 다르게 받아들였다. 언론은 부부의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면서도, 자폐로 인한 돌발행동을 ‘성적 희롱’과 ‘학교폭력’으로 규정했다. 온라인에서는 “자폐 아동을 비장애인과 함께 교육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주 작가는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작업실에서 만난 기자에게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것 같았다”고 했다. 한 작가는 교사의 폭언이 담긴 녹취를 처음 듣고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9월13일 주 작가 아들 주군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피해 학부모에게 당일 전화로 사과드렸고, 회의를 통해 아들을 특수학급에서 분리 교육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며 “그 과정에서 학대 정황을 알게 돼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아들에게 분리가 된 이유는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고, 대체행동으로 바꾸거나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다시 반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녹음 안에는 학대하는 음성이 담겨 있었다. 새벽에 녹취를 풀며 오열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와 주 작가도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건 잘못한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한 작가는 “녹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 하는 건 절대 안 된다 생각한다”면서도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지푸라기 하나 잡는 처참한 기분으로 가방에 녹음기를 넣는 것”이라고 했다.

주 작가 부부는 피해사실을 인지한 뒤 교육청과 학교 측에 어떻게 조처해야 할지 물었다고 한다. 답변은 같았다. 학대 교사와 분리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 작가 부부는 교사에게 알리지 않고 신고부터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당사자에게 직접 항의하기엔 부담이 있었다”면서 “대신 교장 선생님에게 녹음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학교 교장은 청취를 거절했다고 한다. 주 작가는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중재해주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주 작가가 A씨를 신고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뒤 주 작가 부부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주군이 같은 반 학생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거나 폭력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졌다.

주 작가 부부는 그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본질을 왜곡하면서 여론이 불바다가 됐다”면서 “그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시지 않을 것 같았다”고 했다. 주 작가는 “고통스러운 반년이었고, 판결이 나왔지만 상처만 남았다”면서 “저는 여기서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A씨가 항소한다고 하니,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막막하고 괴롭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