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못 들어와요”…아직도 이런 일이

배시은 기자 2024. 2. 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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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쇼핑몰 내 음식점서
지체장애인 ‘문전박대’
“이용 거부는 직접 차별”
장애인차별금지법 15년
법적 처벌·구제의 벽 높아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일을 당할 줄 상상도 못했죠.”

지체장애인인 전모씨(54)가 며칠 전 식당에서 문전박대당한 기억을 떠올리며 4일 말했다. 전씨는 지난달 31일 친구와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쇼핑몰 내 음식점을 찾았다가 입장을 거부당했다. 직원은 “가게에 휠체어가 들어올 수 없다”며 전동휠체어를 탄 전씨를 막아섰다. 전씨는 “식당 입구에 높은 턱이 있어 휠체어가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아니었고, 안쪽에 빈 테이블이 충분히 있었다”고 했다.

전씨는 “무턱대고 휠체어를 들여보내 달라고 하지 않는다”며 “평소 약속을 잡을 때 사람이 붐비는 시간인 12시에서 1시는 피한다. 휠체어 사용자가 많으면 미리 전화해서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비단 전씨만 겪은 일이 아니다. 지체장애인이 식당 등에서 출입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 지 15년이 넘었는데도 사업장에서 대놓고 장애인 출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식당·공연장·야구장·헬스클럽 등에서 입장을 거부당한 장애인들이 차별 상담 전화를 자주 한다”고 했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실장은 “휠체어 사용자 여러 명이 식사하려고 하면 식당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면서 “바쁜 시간에 휠체어가 들어오면 음식을 나르기 어렵다,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힘들다 등의 핑계를 댄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입구에 높은 턱이나 계단이 있어 이용할 수 없는 물리적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면, 이용 거부는 직접 차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차별로 규정해 금지한다. 차별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 김 사무국장은 “형량이 약한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형사처벌까지 판결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장애인이 차별을 당했을 때) 차별구제 청구 소송이나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절차가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법적 구제도 허들이 높다.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식당에서 출입을 거부당했다며 진정한 사건을 기각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권위의 기각 결정은 일상 속 장애인 인권 침해에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식당 측은 통화에서 “장애인이라고 일부러 손님을 안 받은 적은 없다”면서 “너무 바쁜 날이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계속 차 있어 안내를 못했다”고 해명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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