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시작” vs “지자체 이관”… 학부모·교사 ‘윈윈’ 해법 필요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맞벌이·한부모, 늘봄학교 확대 반색 불구
교사는 ‘돌봄기관 민원담당자 전락’ 우려
국민 70% “학교·지역사회 공동책임” 응답
양측 갈등에 애꿎은 학생만 피해 볼수도
정부가 올해 2학기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 2026년까지 모든 초등학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늘봄학교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상반된 반응입니다. 늘봄학교는 현재 시행 중인 방과후와 돌봄 교실을 통합한 개념입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정규수업 전후 교내외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방과후교육과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게 윤석열정부 계획입니다.
학부모, 특히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은 쌍수 들어 환영합니다. 평소엔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긴급한 출장·야근이 생겼을 때는 휴가를 낼 수밖에 없었는데 정부가 하교 후에도 믿고 맡길 만한 돌봄·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니까요. 학부모의 이 같은 입장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교육부가 지난달 1∼8일 예비 초1 학부모 5만2655명을 대상으로 늘봄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3.6%(4만4035명)가 참여를 희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교사와 교원단체들은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명확히 말하자면 방과후 돌봄을 교사들에게 맡기지 말고 지자체에 넘기라는 것입니다. ‘늘봄학교는 교육기관인 학교를 돌봄기관으로, 담임교사를 민원담당자로 전락시켜 교육의 본질을 저해한다’(초등교사노조)는 이유에서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25∼28일 교사 5962명을 대상으로 ‘학교 안 늘봄지원실 설치(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97.1%가 반대했습니다.
늘봄학교가 학교에 설치된다고 해서 교사들이 돌봄 업무까지 맡아야 할까요? 2022년 교육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가량(68.0%)은 늘봄학교와 같은 방과후 돌봄서비스가 학교와 지역사회의 공동 책임이라고 밝혔습니다. ‘학교 책임’이라는 응답은 12.8%로 ‘지역사회 몫’(19.3%)보다 낮았습니다.
교육계에선 “지금 초등학교는 경로당만 빼고 다 들어와 있다”는 말이 돕니다. 방과후학교 운영 관련 실무와 유·초등 돌봄교실 관련 업무는 물론 현장학습, 학교폭력, 학생 보건관리, 급식 및 배식, 디지털기기 관리, 학교 홈페이지 유지보수, 입학준비금 행정처리 등 교육 외 행정업무 사항이 쉴 새 없이 쏟아집니다.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교사들은 수업준비와 생활지도에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늘봄 시범학교 담당교사는 “학생들을 먹이기 위해 아침 간편식, 저녁밥 메뉴를 고민하고 주문하고 직접 사오기도 하면서 이게 교사가 해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든다. 교육의 영역도 아닌 보육의 영역을 위해 왜 담임교사가 수업 중 관련 공문을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합니다.
정부는 늘봄 업무를 올 1학기까지만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되 2학기부터는 행정공무원이나 기존 돌봄전담사 인력을 배치한다고 합니다. 초등 늘봄학교 전면도입 시기가 불과 2년 남았습니다. “기왕 시작한 정책이라면 누구의 희생만을 강요할 게 아니라 새로운 학교·지역사회 협업 모델, 교원 역할을 정립해 학부모와 교사, 학교와 지역사회 모두 발전하는 결과를 맺길 바란다”는 한 교사 겸 학부모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돕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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