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까지도 저PBR주 모은다...금융업계 적극적 주주환원 기대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2024. 2. 4. 20: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회사 시가총액이 보유자산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주식에 대해 연기금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PEF)들까지 매수에 나섰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대형 사모펀드들은 저평가된 종목에 관심이 크다"며 "이들 투자자에겐 장내에서 매수해도 실제 기업가치보다 더 낮기 때문에 공개매수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상장 투자하던 PEF, ‘상장기업 중 저평가기업이 더 많다’ 매수
-지분 확보 후 상폐 위한 공개매수 하는 과정에서 주가 상승
-하나금융 시작으로 은행권 배당, 자사주 매입 이어질듯

회사 시가총액이 보유자산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종목에 대해서 연기금 뿐만 아니라 기관전용 사모펀드(PEF)들까지 매수에 동참하면서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주 금융업종에서 3980억원, 유통업종에서 808억원, 보험업종에서 648억원 등 저PBR 업종을 집중 매수했다. 이에 외국인·기관 투자자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들은 최근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PEF들은 과거 비상장기업 발굴 위주 투자에서 저평가된 상장사 지분 매입으로 투자 전략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PEF에겐 시장에서 아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비상장 주식을 상장시켜 엑시트하는 것이 주된 전략이었다. 그러나 최근 비상장주식 몸값이 과대포장되고 막상 상장을 하고 나면 ‘새내기주’ 프리미엄이 사라지니 오히려 시장에서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상장기업을 사서 상장폐지 후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PEF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95%를 확보하면 상장폐지가 가능하고 이후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매각이 쉬워진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특히 현금창출력은 뛰어난데 기업거버넌스의 문제로 저평가된 기업이 대상이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실제 가치에 주가가 한참 못 미치는 기업들이 많은데 PEF가 이 주식들을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하면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개매수제도와 자진상폐가 잘만 작동되면 지배구조를 바꾸고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EF가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모으는 과정에선 공개매수가격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주가가 상승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대형 사모펀드들은 저평가된 종목에 관심이 크다”며 “이들 투자자에겐 장내 매수 가격이 실제 기업가치보다 더 낮기 때문에 공개매수 등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이 주도한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의 경우 소액주주들에게 높은 가격에 팔고 나갈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저PBR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방안에 대한 발표가 다가오면서 대표적 저PBR업종인 금융업계는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일(현지시간) 메타가 첫 배당과 500억 달러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20.32% 뛰었고 지난달 동원산업이 발행주식 총수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25.8% 급등할 정도로 주주환원 정책은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금융권에서는 지난달 31일 하나금융지주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을 밝히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실적 발표에 나서는 다른 금융지주들도 강화된 주주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연초 각 금융지주들은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했는데, 당시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일정 수준(12~13.5%) 이내로 관리하고, 이를 넘어서는 경우 이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KB금융지주가 13.74%, 신한금융지주 12.92%, 우리금융지주 12.15%로, 2022년 연말 대비 KB금융은 0.5%포인트, 신한금융은 0.13%포인트, 우리금융은 0.58%포인트 늘어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앞장서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라는 주문을 내놓는 것으로 보여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주주들의 요청을 들어줄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저PBR업종의 대표 주자였던 보험업계 역시 최근 주당배당금(DPS)을 끌어올리는 결정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31일 삼성화재는 올해 보통주 1주당 1만 6000원을 배당하겠다고 공시했다. 전년대비 2200원 오른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주당배당금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도 올해 배당 재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보여 온 금융사는 이미 증시에서 그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주가상승률이 632%에 달하는 메리츠금융지주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602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렇게 매입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며 자사주 소각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