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산부인과·소아과 수가 인상…진료 많을수록 돈 버는 구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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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병의원에 대한 지불제 손질을 핵심으로 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내놓은 배경에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가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있다.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를 많이 할수록 보상이 늘어나는 구조라 의료기관이 치료가 쉬운 경증환자를 선호하고 질병을 예방하기보단 불필요한 진료를 양산하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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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병의원에 대한 지불제 손질을 핵심으로 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내놓은 배경에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가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있다.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를 많이 할수록 보상이 늘어나는 구조라 의료기관이 치료가 쉬운 경증환자를 선호하고 질병을 예방하기보단 불필요한 진료를 양산하는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및 응급의료 분야 진료 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가격)를 올릴 계획이다. 내시경 수술 등 난도에 견줘 보상이 적은 행위에 대한 수가를 인상하는 방식이다. 저출생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든 소아·분만시설 등에 대해선 기존 수가에 더해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를 얹어준다.
좀 더 근본적으로 진료량에 따라 수가를 지급하는 데서 시민 건강을 개선하는 성과를 따져 보상하는 대안적 지불제도도 확대한다. 정부는 올해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병의원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응급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나눠 맡는 체계를 만들 경우, 네트워크 단위로 보상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이런 사업은 행위별 수가제로는 보상이 가능하지 않아 대안적 지불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 지출 가운데 대안적 지불제도 비중은 5.5%로 이를 2028년까지 11.0%로 확대할 계획이다.
저출생·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가팔라지는 추세라, 필수의료를 탄탄히 구축하면서도 건보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 경상의료비(전 국민이 1년 동안 보건의료를 이용하는 데 지출한 총액)는 2011~2021년 10년 새 8.0% 늘어,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증가폭(4.4%)의 두배가량이다. 복지부는 건보 재정이 올해 2조6400억여원, 내년 4600억원 흑자를 낸 뒤 2026년부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로, 병의원 이용이 적은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이미 납부한 보험료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한해 의료 이용이 네번 미만일 정도로 적은 경우 전년 낸 보험료의 10%(연 최대 12만원)를 병원이나 약국 이용권(바우처)으로 지급하는 식이다. 우선 의료 이용이 적은 편인 청년(20~34살)을 대상으로 시범사업 뒤, 정책 효과에 따라 전체 연령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이날 밝히지 않았다. 반대로, 한 의료기관에서 하루 한번 넘게 물리치료를 받는 등 의료 이용이 과도한 경우엔 진료비에서 환자 본인의 부담금을 올릴 계획이다. 건보 가입자가 스스로 의료 이용량을 점검할 수 있도록 내년부턴 외래 이용 횟수, 입원 일수 등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도입한다. 이 밖에도 유튜버 등 새로운 방식으로 소득이 발생하는 분야에 대해 건강보험료를 매기기로 했다.
그러나 의료비 급증의 주요 원인인 비급여 시장 관리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반면, 시민들에게 의료 이용 관리를 맡기는 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병의원이 불필요한 시술을 권하는 문제가 더 심각하며, 환자 입장에선 정확한 의료 정보를 확인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종합계획이 목표로 한) 5년 뒤에도 행위별 수가제 비중이 여전히 높아 제도 개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기관마다 진료 횟수와 무관하게 총액 수가를 계약하는 방식(비슷한 진료 행위를 묶어 질환별로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보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짚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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