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영국에서 날아온 응원의 메세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손흥민 국가적 영웅, 끝까지 가길"
[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에게 행운을 빌어줬다.
프리미어리그(PL) 공식 사무국은 4일(이하 한국시간) SNS 채널을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에게 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모습에 난 너무나도 기쁘다. 그가 지난 밤 또 다시 보여준 모습은 국가적인 영웅이었다. 난 진심으로 손흥민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서)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동안은 손흥민 없이 가야만 한다"고 전했다.
대인배의 모습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인으로서 한국과 경기에 손흥민을 응원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말 한마디로 인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손흥민을 응원했다.
호주와의 맞대결을 펼치기 바로 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vs에버턴 경기를 앞두고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장에서 "한국과 호주가 격돌한다. 누구를 응원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다소 난감한 질문일 수 있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인이지만, 소속팀 선수가 한국 대표로 경기 출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당 질문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일종의 윈윈(win-win)이다. 분명히 호주 사람으로서 나는 호주가 이겨 손흥민이 돌아온다면 좋겠지만, 손흥민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는 것을 더 바란다. 나는 손흥민과 그의 나라에 우승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어 "나는 한국이 아시안컵에 대단한 공을 들였고, 손흥민은 그 경기와 그의 국가를 위해 해온 모든 것을 고려할 때, 호주가 탈락한다면 실망이 크겠지만, 손흥민이 멀리까지 진출하길 바란다. 그가 토트넘을 위한 몇 경기를 놓치더라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3일 오전 0시 30분 카타르 알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호주에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4강으로 향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요르단과 4강에서 다시 격돌한다.
팽팽했던 전반의 흐름은 단 한 번의 미스로 균형이 깨졌다. 전반 41분 황인범이 패스 미스를 범했고, 결국 굿윈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한국은 전반에 단 한차례의 슈팅도 때리지 못하며 고전했다. 후반전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을 대신해 이재성을 넣으며 공격 라인에 변화를 줬다.
결실을 맺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반칙을 얻어냈다.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PK)을 선언했다. 황희찬이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스코어에 균형을 맞췄다. 결국 양 팀은 연장으로 향하게 됐다.
이번엔 황희찬이 반칙을 얻고 손흥민이 마무리했다. 연장 전반 14분 황희찬이 페널티 박스 밖에서 반칙을 얻어냈다. 손흥민이 프리킥 키커로 나서 그림과 같은 마무리를 보여주며 역전골을 작렬했다. 결국 한국은 2-1로 승리하며 4강에 오르게 됐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방송사 인터뷰에서 "이러한 승리는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승리함으로써 팀 분위기가 올라가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고, 모든 선수들의 희생과 도전 정신에 감명받았고 모두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득점 상황에 대해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었다. 선수들이 많은 도움을 줬고,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 속에서 제가 보여줘야겠다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후반에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가 위험적인 태클을 했고, 저도 그런 상황을 노렸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그런 움직임을 가져갔기 때문에 그런 장면을 만들어 갔다. 프리킥은 강인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누가 찰 지 얘기했는데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깔끔한 복수였다. 손흥민은 2015 아시안컵 당시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1-2로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 본 바 있다. 당시 호주가 먼저 리드를 잡았자만,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1-1의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연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연장전에서 제임스 트로이시에게 실점해 1-2로 패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호주를 지휘했던 감독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경기 종료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게 위로를 건네는 장면이 추후 다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공식 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된 손흥민은 "너무 어려운 경기였고, 경기 퍼포먼스 썩 만족하지 않지만 결과 가져온 게 중요했다. 양 팀 모두 공수적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 팀으로 좋은 결과 얻어서 기쁘다. 준결승 진출해서 기쁘다. 준결승이 목표는 아니지만. 최종목표 이루기 위해 다음 경기 좋은 경기 보여주도록 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계속해서 소통을 나누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님과 계속 문자 주고받는다. 경기 전에는 서로 토트넘 경기 할 때 행운을 빈다고 하고, 감독님도 매경기 문자 보내주셔서, 그런 부분에서 굿럭 메시지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9년 전 호주에 패한 것에 대해 복수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복수라기보다는,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2015년 때 마음이 너무 아팠고, 좋은 기회 놓쳐서 누구보다 마음 아팠던 거 같다. 그런 와중에 그런 경기, 경험으로 축구선수, 사람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기에, 오늘 경기 꼭 그것 때문에 이기고 싶었다기보다, 저의 목표, 팀이 생각하는 골이 있기 때문에 이런 걸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호주전 출전으로 손흥민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손흥민은 지난 사우디전 한국 선수로 아시안컵 16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며 이영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날 출전으로 손흥민은 아시안컵 17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며 단독 1위로 올라서게 됐다.
경사가 터지기도 했다. 8강의 모든 경기가 끝나자 AFC는 공식 SNS 채널을 통해 8강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해 공개했다. 포메이션은 3-4-3이다. 한국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던 크레이그 굿윈과 일본을 상대로 계속해서 골문을 두드렸던 사다르 아즈문 그리고 손흥민이 공격진을 형성했다.
당시 손흥민은 키패스 2회, 슈팅 3회(유효 슈팅 2회), 드리블 시도 5회(3회 성공), 경합 11회(7회 성공), 피파울 3회 등을 기록했다. 축구통계매체 '소파 스코어' 기준 손흥민은 평점 8.6점을 받으며 이날 경기를 뛴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원 4명은 오딜존 함로베코프(우즈베키스탄), 모하마드 모헤비(이란), 모리타 히데마사(일본), 알리레자 자한바크슈(이란)이 포함됐다. 수비 3명은 설영우, 루카스 멘데스, 압달라 나십(요르단)이 이름을 올렸고, 골키퍼 장갑은 메샬 아이사 바샴(카타르)가 선정됐다.
설영우는 처음으로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날 설영우는 미친듯한 활동량을 보여주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연장 후반 28분 상대의 공격을 끊고, 질주하는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설영우의 정신력이 결국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이번 대회 3골로 이강인과 함께 대표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터트리게 됐다. 문제는 체력이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 중이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90분 풀타임을 뛰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20분 혈투 그리고 호주와의 120분 승부를 펼쳤다.
사우디와의 맞대결 당시 손흥민은 캡틴으로서의 역량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KFA TV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손흥민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마지막 훈련에서 선수들을 모아 "내일 경기 끝나고 우리가 웃으면서 다시 호텔에 돌아오는 생각들을 항상 하면서 이 팀을 위해 쏟아 붓자. 그러면 장담하는데 우리 이길 수 있다"며 선수단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줬다.
또한 손흥민은 경기를 앞두고 마지막 라커룸 토크에서 "실수해도 동료들이 있다. 동료들, 형제들, 가족들이 있다. 쟤네 4만 명? 5만 명? 오라고 해. 우리가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운동장 안이니까 들어가서 그냥 뿌시자"라며 선수들의 용기와 기운을 북돋았다.
사우디전 경기장엔 공식 관중 42,389명이 찾아왔다. 하지만 대부분 사우디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사우디는 카타르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사우디 팬들은 경기 내내 응원 소리와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야유까지 퍼부을 정도로 단합했다. 애국가가 나올 때 조차 야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손흥민의 리더십 덕분일까. 한국은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기사회생했다. 이후 120분 간의 혈투를 펼쳤고, 승부차기 끝에 사우디를 꺾고 8강에 오르게 됐다. 8강에서도 손흥민은 자신이 직접 한 발 더 뛰며 승리를 이끌었다.
4강에 오른 한국은 요르단과 리벤지 매치를 갖게 됐다. 요르단은 2일 오후 8시 30분 타지키스탄에 1-0으로 승리하며 4강에 먼저 안착했다. 양 팀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차례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손흥민의 PK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박용우의 자책골과 알나이마트가 역전골을 넣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의 슈팅이 상대 수비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 2-2로 극적으로 비긴 바 있다.
일주일 만에 양 팀이 다시 만난다. 한국과 요르단은 오는 7일 오전 0시 결승행을 걸고 단판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회복이 관건이다. 다행히 요르단전은 호주전에 비해 체력적으로 회복할 시간이 길다. 한국은 사우디와의 16강을 치르고 난 호주전까지 약 2일의 휴식 시간이 있었다. 다행히 요르단전을 앞두고는 약 4일의 휴식 시간이 있다.
한국전을 앞둔 요르단은 전력에 큰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우선 타지키스탄전 공격수 알리 올완과 중앙 수비수 살렘 알리 아잘린이 경고를 받았다. 이로써 이들은 경고 누적으로 한국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도 있다. 바로 함자 알 다르두르다. 알 다르두르는 주전보단 후반 조커로 경기에 나서는 베테랑 공격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재는 요르단 입장에서 매우 큰 손실이다. 알 다르두르는 16강에서 이라크를 상대할 당시 도발 세리머니를 펼치다가 퇴장당했다. 당시 알 다르두르는 경기에 나서지도 않은 상태였다. 자신들의 벤치에서 이라크 벤치를 향해 도발하다 퇴장을 초래했다.
이 행동으로 3경기 출장 정지 처분과 5,000 달러(약 67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아랍 지역 소식을 전하는 'ammounews'는 "알 다르두르는 16강전 벤치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징계를 받았다. 요르단 대표팀은 알 다르두르를 스쿼드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징계로 인해 돌아갔다"고 전했다.
요르단과는 반대로 한국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한 명이다. 김민재가 경고 누적 징계로 요르단전 나설 수 없게 됐다. 김민재는 1차전 바레인전 경고를 한 장 받았고, 지난 8강전 호주를 상대로 경고를 받아 4강에 나설 수 없다.
손흥민은 기자회견장에서 "일단 어떤 축구를 해서 이기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이건 사실 '좀비축구'다 이걸 떠나서 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팀이 단단해지게 하는, 이런 스플릿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인 거 같고. 이런 경기로 인해 상당히 믿음이 강해지는 거 같다. 연장전 가면 지치는데 우리 선수들 끌까지 포기 않고 다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경기 뛰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은 스포트라이트 받고 결국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오늘만큼은 벤치에서 경기 못하는 선수들에게 이렇게 관심을 보내주시면 좋겠어서 마지막 말을 하고 싶었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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