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SK도 헤지펀드 경영권 공격엔 `속수무책`

장우진 2024. 2. 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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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은 취약한 지배구조를 틈타 '대박'을 노리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일부 대기업들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경영권 방어수단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재계는 헤지펀드들의 공격으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함은 물론 국내 경제 생태계 마저 흔들릴 수 있다며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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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등 글로벌기준에 맞춰야"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들은 취약한 지배구조를 틈타 '대박'을 노리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일부 대기업들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경영권 방어수단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현대차, LG , SK 그룹 등도 과거 이들의 공격에 노출돼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재계는 헤지펀드들의 공격으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함은 물론 국내 경제 생태계 마저 흔들릴 수 있다며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삼성과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제동을 걸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했고, 국민연금공단이 이 합병에 찬성해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해 한국ESG기준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지배구조(G) 부분 A+ 등급을 받았지만 헤지펀드들의 공세에는 여전히 취약한 모습이다.

현대차도 2018년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 사업부를 분리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엘리엇은 현대차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현대차 그룹은 현재까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LG그룹도 LX그룹을 계열 분리시키는 과정에서 이번 삼성을 공격한 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로부터 2020년 반대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 당시 화이트박스의 LG지분율이 1% 미만이어서 계열분리는 성사됐지만 이들의 입김은 큰 변수로 작용했다.

SK그룹은 이보다 앞선 2004년 소버린의 공격을 우호 지분으로 간신히 막아낸 경험이 있다. SK는 당시 경영권 방어를 위해 1조원이 넘는 돈을 써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는 이런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이른바 빼먹을 게 많아졌는데, 규제로 경영권 방어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에 허용된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는 우리 기업에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포이즌필(독약조항)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인수 시도자를 제외하고 기존 주주에게만 저가의 가격으로 신주인수권(warrent)을 부여하는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거나, 주식 보유기간에 비례해서 의결권을 차등 부여하는 제도다.

또 2020년 도입된 3%룰(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이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 등도 불합리하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은 소수주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배당 확대나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주가가 오르면 단기간내 보유주식을 팔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자사주도 경영권 안정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해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3%룰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 규제부터 정상화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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