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웃돈 줘도 여전히 싸”…저평가 기업 ‘줍줍’해 3배 차익 노린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2. 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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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픽사베이]
자본시장 최전선에 있는 사모펀드들도 저평가 기업 인수 시도에 나서고 있다. 증시에서 주가가 워낙 저평가되어있다보니 장외가 아닌 장내 공개매수 움직임까지 활발하다. 최근 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배당액 상향,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주주친화 정책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사모펀드란 기관투자자(LP)에게 돈을 받아 기업을 인수하거나 소수지분을 투자한 후, 배당액을 늘리거나 경영을 효율화해 4~5년 뒤 더 높은 가격에 재매각해 차익을 보는 펀드다.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최근 공개매수를 시도하다 실패한 한국앤컴퍼니(글로벌 6위 타이어 업체)는 대표적인 저평가 기업으로 꼽힌다. MBK가 높은 프리미엄을 주려고 했던 이유다. 동종업계인 글로벌 타이어업계 2·3위인 일본 브리지스톤과 독일 콘티넨탈AG의 PBR은 각각 1.28배, 1.07배인 반면, 한국앤컴퍼니 PBR은 0.46배에 불과하다.

PBR이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PBR이 1배를 넘지 못한다는 것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장부가로 모두 팔더라도 시가총액이 그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MBK는 현 시세보다 30%가량 더 줘서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 효율화를 통해 지금보다 주가를 2~3배 가량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 공개매수 가격을 정한 셈이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단순 계산시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최대 7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사모펀드들은 생각하고 있다”며 “MBK가 노린 것도 이 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MBK는 지난해 국내 대표 치과의료기기업체 오스템임플란트를 자진상장폐지하기 위해 소액주주로부터 주식을 공개매수를 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주가 평균 대비 51% 높은 가격(주당 190만원)을 제시했다. 그보다 더 큰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기업을 사모펀드가 함께 투자하겠다고 나선 대표적인 사례가 HMM이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는 6조4000여억원을 써내서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HMM PBR은 최근 기준으로 0.46배에 불과하다.

최근 매각 협상이 결렬된 송원산업도 저PBR 현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매각측은 송원산업 박종호 회장 지분 35%에 대해 4000억원 이상을 원했지만, 매수측(IMM PE, 티케이지태광, 심팩)은 이보다 낮게 가격을 불러서 협상이 결렬됐다. 송원산업의 PBR은 0.55배, 시가총액은 3780억원이다.

IB업계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고배당, 자사주소각처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 더 많은 국내외 자본이 한국 증시에 유입되면서 기업가치 상승, 주주 투자확대라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화할 경우 금융주가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사모펀드인 IMM PE, 어퍼니티, 베어링PEA는 2019~2020년에 걸쳐 총 1조9000여억원을 신한지주에 투자했다. IMM PE가 7500억원가량 투자했는데, 현재 주가(4만5300원)는 당시 매입 가격(4만2900원)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현재 주가가 1만4710원으로 2021년 유진PE가 매입한 가격과 거의 비슷하다.

또 다른 IB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주 배당액이 해외 은행 대비 절반도 안되기 때문에 은행주는 만성적인 저평가 상황에 빠져있다”며 “만일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쓸 경우, 중국으로부터 이탈한 해외자금을 국내로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펀드 1개당 10조원을 굴리는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칼라일 그룹은 최근 아시아 시장을 타겟으로 한 펀드를 통해 인도·일본에 대한 투자를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통해 이들 자금 중 일부를 한국으로 더 유치해야 한다는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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