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건희 공격한 김경률의 불출마, ‘윤심 공천’ 예고편인가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4일 “숙고 끝에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제 결심”이라며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대위원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김 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과를 요구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을 키운 사람이다. ‘윤·한 충돌’ 봉합 후에도 여권 핵심부에서 김 위원 거취를 꾸준히 압박했다고 한다.
김 위원은 한 위원장 요청으로 비대위에 합류했고, 서울 마포을 출마를 선언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김 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하며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은 이를 사천으로 몰아붙이고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김 위원과, 그를 감싸며 ‘국민 눈높이’를 운운한 한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노골적·직접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후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문제에 침묵했고, 김 위원도 앙투아네트 발언을 사과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지난달 23일과 29일 두 차례 만나 갈등을 미봉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런데 김 위원이 돌연 총선 불출마를 결정했다. 전날 마감된 지역구 공천 신청도 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 측은 김 위원 공천 문제를 이미 당 내부에서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했는데, 뒤늦은 불출마 선언은 어찌된 영문인가. 게다가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 일각의 ‘김경율 사퇴’ 요구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은 갑작스러운 불출마 결정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특히 김 위원은 한 위원장이 구상하는 ‘운동권 정치 심판’ 공천의 상징적 인물이다. 김 위원 불출마가 대통령실의 거취 압박 때문이라면 ‘한동훈식 공천’ 기조는 후퇴하고, ‘윤심 공천의 예고편’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도 여당 내에는 ‘윤심의, 윤심에 의한, 윤심을 위한’ 총선 공천이 될 거라는 말이 팽배하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참모와 장차관 20여명이 총선 출사표를 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영남 강세 지역에 집중돼 있다. 윤 대통령 최측근인 이철규 의원이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공천관리위원회에 들어간 것도 그런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는 오는 13일부터 공천 신청자 면접을 시작해 경선, 단수추천, 우선추천 지역 등을 발표한다. 공천은 국민 눈높이에서 공정한 잣대로 이뤄져야 한다. 여당이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공천도 윤심 잣대로 좌우되면 ‘용산 출장소’ 굴레를 벗을 수 없다. 유권자들의 호된 심판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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