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대기는 기본”… ‘장애인 콜택시’ 이용 별따기

박유빈 2024. 2. 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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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10시, 장애인콜택시 배차 신청을 해뒀던 이수미(62)씨는 배차 전화를 받고 "오늘은 운이 좋다"고 반색했다.

줄여서 흔히 '장콜'이라 부르는 장애인콜택시를 대기 시간 없이 배차받았기 때문이다.

장애인콜택시의 들쭉날쭉한 배차 시간이 싫어 성북구 길음동에 사는 추경진(59)씨도 택시와 지하철, 버스 모두 섞어 탄다.

지난달 26일 오전 11시쯤 장애인콜택시를 부르려 하니 5㎞ 주변 대기 인원은 41명, 평균 배차 시간은 43분이라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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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장애인 이동권’ 실현
오전 호출시 대기자 100명 넘어
“5시간 넘게 기다린 적도” 분통
비장애인보다 이동시간 3∼4배 ↑
지방일수록 ‘운행률 부족’ 심각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장애인콜택시 배차 신청을 해뒀던 이수미(62)씨는 배차됐다는 전화를 받고 “오늘은 운이 좋다”며 반색했다. 줄여서 흔히 ‘장콜’이라 부르는 장애인콜택시를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배차받았기 때문이다. 곧이어 택시기사로부터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에서 출발한다는 전화가 울렸다. 성북구 길음동인 이씨의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출발해 그는 또 “운이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소아마비로 팔다리를 모두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중증 지체장애인이다.

장애인콜택시는 아침 7시, 8시, 10시에 미리 배차 신청을 예약할 수 있다. 이는 도착 예정시간이 아니다. ‘이 시간쯤 택시를 내 출발지로 배차해달라’는 예약이다. 이용자가 몰리거나 배차받은 차가 먼 곳에서 출발한다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당연히 늘어난다. 예컨대 이날 이씨가 10시에 바로 배차받았어도 고대안암병원이 아닌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출발했다면 이씨는 훨씬 오래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이씨는 “오전 10시쯤까지는 배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100명을 넘어갈 때가 많다”며 “20∼30분은 예사고 몇 시간씩 기다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소아마비로 중증 지체장애인인 이수미(62)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자택 앞에서 장애인콜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에 장애인콜택시 배차 예약을 해뒀는데 평소보다 빠르게 15분 만에 탈 수 있었다. 박유빈 기자
◆2시간 기다리기도, 5분 후 오기도…들쭉날쭉 ‘장콜’

장애인의 이동은 기다림으로 시작해 기다림으로 끝난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경사로가 설치된 저상버스 도입률(2022년 기준)은 전국 평균 34%에 그친다. 지난해 4월 기준 서울 시내버스는 7388대 중 4631대(62.7%)가 저상버스로 전국에서 도입률이 가장 높았다.그러나 울산 11.9%, 충남 13.1% 등 저상버스가 10대 중 1대 꼴인 지역도 있다. 지하철이 없고 저상버스를 타기 어렵거나 이마저 너무 적은 지역에서는 장애인콜택시가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셈이다.

오전 10시16분쯤 장애인콜택시에 탑승한 이씨가 정부과천청사역에 도착한 때는 11시24분. 수월하게 도착했지만 점심을 먹으려 식당을 찾기는 새로운 난관이었다. 정부과천청사역 근처에는 1층에 식당이 입주한 상가 건물이 많았지만 대부분 입구에 턱이나 계단이 있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이씨는 식당 앞까지 갔다가 돌아나오기를 몇 번, 엘리베이터가 있는 큰 건물을 발견하고 나서야 실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씨는 2층에 있는 식당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원래 메뉴를 따지기보다는 그냥 들어갈 수 있는 식당에 간다”고 했다.

정부과천청사 인근 카페 출입구 모습. 경사로 없이 모든 출입구가 계단을 오르게 돼 있어 휠체어를 타는 이수미(62)씨가 아직 날이 쌀쌀하던 지난달 29일 장애인콜택시가 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박유빈 기자
대개 운행 중인 장애인콜택시 대수보다 이를 타고자 하는 장애인 수가 많다. 수요와 공급 균형이 맞지 않아 출발 전 여유롭게 배차 신청을 해두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늘 배차가 늦지만은 않단 것이다. “점심식사 후 카페에 들렀다가 돌아가자”며 이번에도 배차 시간이 길게 소요될 거라 예상한 이씨는 식당에서 미리 장애인콜택시를 불러두려 했다. 그런데 상담원이 ‘5분 후에 차가 도착한다’고 안내해 이씨는 부랴부랴 자리를 떠야 했다. 이 차를 놓치면 이후 몇 시간을 기다려야 다음 차를 배정받을지 알 수 없는 탓이다. 그렇게 건물을 빠져나온 찰나, ‘배차됐던 차가 정비 중이라 취소해야 하니 30분 후에 다시 접수할 수 있다’는 안내전화가 다시 왔다.

다시 카페로 향했으나 이씨 휠체어바퀴가 또 턱과 계단 앞에서 막혔다. 이씨는 비장애인 일행이 사온 포장용 커피를 사들고 차가 올 때까지 산책을 핑계삼아 역 주변을 돌았다.

◆제자리인 운행률, 줄어들지 않는 이동시간

장애인콜택시의 예측할 수 없는 대기시간이 싫어 성북구 길음동에 사는 추경진(59)씨도 장애인콜택시와 지하철, 버스 모두 섞어 탄다. 1997년 교통사고로 척추 3번, 4번을 다쳐 팔다리를 아예 못 쓰는 중증 지체장애인인 추씨는 한 달에 한 번 재활용 약을 타러 녹색병원에 간다. 지난달 26일 오전 11시쯤 장애인콜택시를 부르려 하니 5㎞ 주변 대기 인원은 41명, 평균 배차 시간은 43분이라고 나왔다. 추씨는 대신 지하철로 병원에 갔다.

지하철이 닿지 않는 곳까지 갈 때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가장 오래 기다린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자 “5시간이 넘는다”고 답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진접역까지 가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포천에 간 적이 있는데 돌아올 때 포천에서 진접역까지 나오는 차를 배차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편도 1시간 걸리는 거리를 가려고 KTX로 서울역에서 부산역을 왕복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다.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팔다리가 마비된 추경진(59)씨가 지난달 26일 장애인콜택시를 부르려 휴대전화 대기 화면을 보고 있다. 대기시간이 길 것으로 예상되자 추씨는 이날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박유빈 기자
추씨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 주변 숙소도 찾아봤는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며 “화가 나지는 않고 이제 체념한 상태”라고 말했다.

장애인콜택시 운전자는 아침에 출근해 8시간 근무 후 퇴근한다. 오전 7∼10시 사이 순차적으로 출근해 운행대수가 늘다가 퇴근하는 기사가 생길수록 늦은 오후부터 운행하는 차량 수가 줄어드는 구조다. 그래서 오후 4시 이후 귀가하려는 수요는 늘고 근무하는 공급은 줄어들 때 배차가 급격히 어려워진다.

장애인들이 느끼기에 운행률은 수 년째 제자리다. 지자체별 장애인콜택시 차량 대수는 전국적으로 아무리 낮아도 법정 기준 대수의 60%대는 충족한다. 그러나 이를 운행하는 기사가 매일, 매 시간 출근 상태가 아니라 실제 이용 가능한 장애인콜택시 운행률은 편차가 크다.

추씨는 “장애인콜택시를 타려는 수요는 늘어나는데 기사 수는 늘지 않아 체감상 운행률은 늘 부족하다”며 “운행률이 가장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수요가 몰리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배차가 너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기획실장은 “장애인 이동 문제는 시간의 문제”라며 “비장애인과 같은 시간 내에 이동하기란 불가능하고 그보다 3∼4배 정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은 더 열악한 장애인 이동권

수도권 외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충북 청주시 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인 뇌성마비 장애인 이종일(66)씨는 2022년 4월 골절상을 당했다. 장애인차별철폐의날 집회에 참석하고자 충북 청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길이었다. 오송역에서 KTX를 타러 가는 도중 발목을 다쳐 집회 장소에 갔다가 일행보다 먼저 돌아왔다. 오송역에 도착해 청주로 가는 장애인콜택시를 신청했으나 1시간이 지나도 배차가 되지 않았다. 배차가 늦어지는 바람에 그는 뒤늦게 오송역에 돌아온 일행보다도 더 늦게 귀가했다.

농어촌의 경우 장애인 이동권이 훨씬 열악하다. 충북은 지난해 12월 기준 시 지역에는 전체 시내버스 640대 중 저상버스가 229대(35.8%)였지만, 군 지역에서는 전체 농어촌버스 209대 중 저상버스가 3대(1.4%)에 불과했다. 충북 8개 군 가운데 옥천군·진천군·음성군에 각각 1대씩 있었는데, 나머지 5개 군에는 1대도 없었다.

조연희 충북 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사무국장은 “군 단위 지자체에서는 언덕이나 방지턱 등 도로 사정을 핑계로 저상버스 도입이 어렵다고 하는데 길이 험한 거로 유명한 부산에서도 저상버스를 운용하고 있다”며 “민간 버스회사의 의지에 달려 있다 보니 저상버스 도입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교통약자법 시행령을 개정해 장애인콜택시가 근거리 광역이동도 가능해졌고 지난해 1월 이후로 교체되는 시내버스는 모두 저상버스로 도입하게 하는 등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 사무국장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충북의 경우 광역이동지원센터가 아직 없어 가령 청주에서 제천을 간다고 하면 갈 때와 올 때 차편을 따로 구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24시간 운행은커녕 주말에도 이용에 제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TX는 그나마 휠체어 석이 몇 개라도 있지만 갈 수 있는 지역이 한정적이라 특별교통수단의 광역이동 실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유빈·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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