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폭탄 쏘며 최악 치닫는 한-러 관계…관리 잘 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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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비판한 데 대해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편향적"이라고 비판하고, 이에 한국 외교부가 "혐오스러운 궤변"이라고 맞받으며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는 등 주말 사이 한-러가 충돌했다.
하지만 북한을 비판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반발한 것은 의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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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비판한 데 대해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편향적”이라고 비판하고, 이에 한국 외교부가 “혐오스러운 궤변”이라고 맞받으며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는 등 주말 사이 한-러가 충돌했다. 북·러 밀착이 심화하고 한-러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충돌의 시작은 지난 1일(현지시각)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의 논평이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북한 정권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노골적으로 편향됐다”고 논평했다. 러시아 외교 관리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지난 3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은 일국의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으로는 수준 이하로 무례하고 무지하며 편향되어 있다”며 “국제사회의 규범을 성실하게 준수하는 국가의 기준에 비춰 볼 때 혐오스러운 궤변”이라고 밝혔다. 이 또한 외교가에서 보기 드문 강한 어조다. 아울러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같은 날 오후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초치) “러시아가 진실을 외면한 채 무조건적으로 북한을 감싸면서 일국 정상의 발언을 심히 무례한 언어로 비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러 간 날 선 대화는 더 있었다.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정병원 차관보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과 각각 지난 2일 서울에서 만나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4일 외교부가 밝혔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전수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경고한 것이다.
한·러 양국이 서로 말 폭탄을 주고받는 모습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코리아헤럴드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인도주의적·재정적 차원으로만 제한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자유세계 일원으로서 전면 지원이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지만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자하로바 대변인은 26일 “우리는 한때 우호적이었던 러시아와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모한 행동에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한다”고 언급했고, 외교부는 28일 “한-러 관계의 관리에 있어서는 향후 러시아의 관련 향배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을 비판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반발한 것은 의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러 관계도 아니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러시아 외교부가 저렇게 반응한 것은 이해가 덜 가는 부분”이라며 “그만큼 한-러 관계가 악화돼 있고 서로 날카로워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러시아어)는 “외교부는 한-러 관계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너무 희망 섞인 우리만의 판단”이라며 “한-러 관계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인식 아래 발언과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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