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내가 잘했으면 2등도 충분히"…에이스의 부활 선언, 투수조장까지 맡았다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냉정하게 내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예전같이만 해줬다면 우리가 3등, 2등까지도 충분히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다."
두산 베어스 사이드암 최원준(30)은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는 2020년 10승, 2021년 12승을 달성하며 국내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는데, 2022년은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하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8승(13패) 수확에 그쳤고, 지난해는 26경기 3승10패, 107⅔이닝, 평균자책점 4.93으로 무너졌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결국 지난 시즌 도중 최원준을 불펜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최원준은 "사실 감독님께서 많이 믿어주셨는데, 그 기대에 부응을 잘 못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냉정하게 조금만 더 잘해줬다면 예전같이만 해줬다면 우리가 3등, 2등까지도 충분히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올해는 꼭 반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최원준은 지난 시즌을 마치자마자 마무리캠프 합류를 자청하면서 부활을 다짐했다. 사이드암 출신인 조웅천 투수코치가 팀에 다시 합류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최원준은 1대1 특훈은 요청했다. 조 코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두산 2군에서 투수코치로 지내면서 최원준을 신인 시절부터 가까이서 지켜보기도 했다. 최원준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줄 수 있는 적임자였다.
일대일 수업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최원준은 "코치님과 체인지업을 제일 많이 연습했다. 코치님과 딱 붙어서 일대일로 집중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정말 이렇게 해야 는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코치님을 전적으로 믿고 상의하면서 모든 것을 내게 알려주셨다. 배운 것들을 비시즌에 계속 연습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코치님께서 한 번에 좋아질 수는 없으니까 네가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서 맞더라도 써야 한다. 그래야 네가 터득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체인지업을 경기에서 많이 써 볼 것이고, 포수들한테도 많이 물어 보면서 어떤 게 좋을지 어떤 궤적이 좋을지 하다 보면 좋을 것 같다. 트랙맨 랩소도 수치로는 예전보다 체인지업이 폭도 많이 생겼고, 회전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한 50% 정도 된 것 같다. 타자들의 반응을 봐야 하고, 인플레이에서 땅볼 유도도 돼야 하니까 그런 것들을 신경 쓰면서 던져 보겠다"고 덧붙였다.
조 코치는 "최원준이 그동안 던졌던 스타일과 비교해서 조금 더 팔 포지션을 바꾸는, 어떻게 보면 알아가는 단계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는지 그게 좀 정립이 됐다고 생각한다. 됐다 안 됐다 할 수는 있겠는데, 이제 캠프에 와서 계속 실험을 해 볼 것이다. 11월에 했던 느낌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다. 피칭은 또 타자를 세워두고 던져봐야 알 수 있다. 체인지업으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최원준은 올해 투수조장까지 맡으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 지난해까지 투수조장을 맡았던 홍건희(32)가 올겨울 두산과 2+2년 총액 24억5000만원에 계약하며 잔류에 성공했지만, 팀에 어린 투수들이 더 많아진 만큼 최원준이 투수조를 이끌기로 했다. 현재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최고참은 홍건희고, 최원준이 2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다. 김강률(36)과 김명신(31)이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해 2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여파도 있지만, 두산 투수진이 많이 어려졌다.
최원준은 "조장인 (양)석환이 형이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나도 이제 할 나이가 됐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우리 투수와 야수들이 잘 뭉쳐서 대화도 많이 나누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그 임무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조장은 팀이 우선이어야 된다. 석환이 형이 좋은 주장이기 때문에 투수 쪽에서 내가 많이 도와주다 보면 충분히 우리 팀은 높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후배들이 잘하려면 나부터 솔선수범하고 야구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이 첫 번째다. 나보다 위인 선수가 (홍)건희 형밖에 없더라. 처음 들어와서 막내로 형들 눈치 보면서 야구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나이도 30대로 접어들었고 그러다 보니까 야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일 때는 몰랐는데, 선배가 되니까 선배가 있을 때가 차라리 편했다는 생각도 든다. 의지할 수 있고, 내가 안 좋은 모습을 보여도 선배들이 많이 감싸줬으니까. 이제 내가 선배들께 잘 배웠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해주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선발 경쟁은 어느 해보다 치열할 예정이다. 좌완 최승용이 최근 왼 팔꿈치 피로골절로 재활을 시작하면서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자리가 보장된 선수는 에이스 곽빈(25)뿐이다. 최원준은 이영하, 김동주, 김민규, 박신지, 김유성, 최준호 등과 이미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최원준은 "(후배들과 경쟁이) 자극이 안 된다면 말이 안 된다. 후배들도 분명히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경쟁이 내가 못해서 해야 되는 경쟁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들여야 된다. 또 캠프 때는 경쟁이지만, 누가 차지하든 시즌이 시작되면 서로 자리를 못 차지했다고 실망하지 않고 팀을 위해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팀이 그렇게 변해야 강해질 것이고,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경쟁이 끝나면 이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해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선발 150이닝이다. 최원준은 "내 성공의 기준은 선발 진입해서 150이닝이다. 그래야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승수보다는 선발 150이닝 진입을 목표로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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