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이뤄졌다' 백승호에게 쏟아진 극찬 "세 가지 포지션을 소화하는 다재다능함"

이민재 기자 2024. 2. 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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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호가 버밍엄시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버밍엄시티에 입단한 지 5일 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백승호(26)가 23분간 그라운드를 밟았다.

백승호는 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웨스트 브로미치의 더호손스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챔피언십(2부리그) 30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 원정 경기에서 후반 22분 미드필더 미요시 고지를 대신해 투입됐다. 백승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23분간 활약했다.

입단한 지 5일 만에 치르는 데뷔전이었다. 백승호는 지난달 30일 버밍엄시티와 2026년 6월까지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3년 만에 유럽 무대에 다시 진출했다. 그는 스페인 FC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다. 스페인 지로나와 2군 팀인 페랄라다를 거쳐 2019년 다름슈타트에 입단해 독일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2021년부터는 전북에서 활약했다.

백승호는 공식 입단 발표 후 팀이 치른 첫 경기부터 출전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무언가 보여주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활약은 준수했다. 지역 매체 '버밍엄 메일'은 백승호에게 평점 6점을 줬다. "데뷔전부터 수준급의 기량을 선보였다. 짧은 시간 동안 세 포지션에서 뛰는 유연함을 보였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버밍엄시티는 이날 0-1로 패배했다. 8승 8무 13패 승점 32점이 된 버밍엄시티는 리그 19위에 머물렀다. 프리미어리그 승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백승호는 버밍엄시티의 순위 상승을 위한 중책을 맡게 됐다. 챔피언십은 24개 팀이 모여 치른다. 무려 46경기를 갖는다. 버밍엄은 29경기를 치렀다. 백승호가 빠르게 적응한다면 후반기에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잠시 멀어졌던 A대표팀과도 재회가 가능하다. 여러모로 동기부여가 커질 수 있다.

버밍엄시티는 지난달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백승호의 영입을 알렸다. 버밍엄은 "백승호 영입을 발표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알려진 대로 계약 기간은 2026년 6월까지 2년 6개월이다. 등 번호는 13번이다.

백승호는 최근 전북에서 활약했다. 계약이 종료된 뒤 유럽 재진출을 원했다. 특히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이자 주장을 맡았고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며 병역 혜택을 얻었다.

여러 구단이 손을 내밀었다. 백승호는 감독이 직접 자신을 원하고 주전으로 도약 가능한 팀을 파악했고 버밍엄 시티를 선택했다. 버밍엄시티를 이끄는 감독은 바로 토니 모브레이다. 그는 과거 김두현을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언에서 지도했던 경험이 있다. 한국 선수에 대한 호감도가 큰 편이라 백승호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어디나 소화 가능하다. 현역 시절 김두현과 비슷하다.

백승호는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단 소감을 밝히면서 "이 구단의 일원이 되어 진심으로 행복하고 기대된다. 빨리 시작하고 싶다. 어린 시절 축구를 시작한 순간부터 영국에서 축구하는 것이 꿈이었다. 버밍엄에서 제게 관심이 있다고 하니 정말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구단이다. 감독, 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이곳으로 오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이끌어줄 모브레이 감독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그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운영 계획에서 어떻게 내세울 것인지 등에 대해 대화했다. 모든 부분에서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 백승호가 버밍엄시티에서 새 출발에 나선다. ⓒ버밍엄시티

실제로 모브레이 감독은 백승호 영입이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기대감을 나타났다. 지난달 '버밍엄 라이브'를 통해 겨울 이적 시장 2호 영입으로 백승호를 암시했다. 그는 백승호에 관해 "앞에서 뛰고 멀리서도 슈팅을 때릴 줄 안다. 패스도 잘하고 시종일관 뛰어다니는 스타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늘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는 골도 터뜨렸다.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길 원했다. 백승호는 "스페인과 독일에서도 뛰어봤다. 감독과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대화하고 정말 편안했다. 동기부여도 확실했다. 그래서 이곳에 왔다"라고 덧붙였다. 또, 월드컵 골에 대해서도 "축구 선수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경험이자 인생 최고의 골이다"라고 의미를 보였다.

이전까지 백승호에게 유럽 무대는 아쉬움만 남을 수밖에 없었다. 바르셀로나 시절,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바르셀로나에 내린 유소년 영입 규정 위반 징계에 따라 성인 무대로 발돋움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을 실전 없이 지내야 했다. 결국 백승호는 바르셀로나에서 데뷔전이 무산됐다. 이후 2018-19시즌 지로나로 이적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에 성공했다. 기어코 스페인 무대를 밟은 백승호는 이듬해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다름슈타트로 이적하며 활약을 이어 갔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차분하게 입지를 굳혀나가던 백승호는 조금 더 활발하게 경기에 나서기 위해 국내 복귀를 택했다.

K리그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영입 우선권이 있었던 수원 삼성과 마찰을 빚어 화제가 됐다. 경기력은 훌륭했다. 그는 전북에서 뛴 세 시즌 동안 K리그1 82경기에 출전해 9골 6도움의 활약을 펼쳤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에는 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승선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신임을 받아 본선 무대를 밟았다. 특히 브라질과 16강전에서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 백승호가 버밍엄시티에서 새 출발에 나선다. ⓒ버밍엄시티

이러한 활약으로 백승호가 버밍엄시티와 연결될 수 있었다. 버밍엄시티는 이번 겨울에만 30명이 넘는 후보군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백승호가 낙점을 받았다. 모브레이 감독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백승호가 이적 후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백승호는 버밍엄시티의 중원 해결사로 보고 있다. 영국 매체 '풋볼 인사이더'는 "모브레이 감독은 선덜랜드 AFC를 이끌 때에도 백승호를 원했던 열렬한 팬"이라고 전했다.

모브레이 감독은 지한파로 알려져 있다. 과거부터 이어진 한국 선수들과 연도 깊다. 셀틱에서는 기성용, 웨스트 브로미치에서는 김두현을 지도했었다. 모브레이 감독은 "이전에 한국 선수들을 지도한 적이 있다. 다들 열심히 하고, 경청하고,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놀라운 선수들이었다"며 "백승호의 합류도 기대된다. 우리가 정진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버밍엄 현지 매체인 '버밍엄 메일'은 "최근 한국에서 잉글랜드로 향하는 선수들이 증가하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황희찬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황의조는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배준호는 스토크 시티에서 자신의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한국 선수들에게 큰 관심을 나타냈다.

버밍엄 시티는 2부리그에 속해 있지만 역사가 깊은 구단이다. 1875년에 창단해 149년이 지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2000년대까지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곧잘 활동했다. 그러나 2010-2011시즌 18위로 챔피언십으로 강등되면서 13년째 2부리그에 머물고 있다. 지금은 2부리그 생존도 걱정하는 단계다. 올 시즌도 8승 8무 13패 승점 32점으로 24개 팀 중 19위에 머물러 있다. 챔피언십은 22위부터 24위까지 3부리그로 강등된다. 백승호가 합류해 생존을 위해 힘을 발휘해야 한다. 유럽 빅리그나 1부리그는 아니지만 백승호가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기엔 최적의 장소다.

백승호는 입단 이후 빠르게 훈련에 참여한 뒤 데뷔전까지 치러냈다. 이에 앞서 전북 팬들에게 작별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개인 SNS에 "3년 전 전북과 계약하던 날이 가장 생각난다. 차 안에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할 때 계속 눈물이 났다. 내 감사함을 표현할 수 없었기에 이 구단, 팬분들 그리고 동료들을 위해 내 모든 걸 쏟아부을 거란 결심을 했다. 그리고 매 훈련,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뛰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3년 동안 한 번의 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했지만 더 만은 걸 이루지 못해 아쉬운 건 나보다 팬분들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전북은 대단한 구단이다. 전북에서 보낸 3년이란 시간은 지금까지 내 축구 인생 중 가장 행복했고 보람찼다"면서 "이 글이 '잘 있어요'가 아닌 '우리 또 만나요'였으면 좋겠다. 멀리서도 항상 전북 현대를 마음속에 품고 응원하고 있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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