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왕' 실력만 자란 게 아니다, 리더십도 자랐다… 커피 60잔에 담긴 기분 좋은 의미

김태우 기자 2024. 2. 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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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뿐만 아니라 리더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는 서진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글쎄요, 재활에 내려간 게 얼마만인지 잘 기억도 안 나요”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서진용(32‧SSG)은 익숙했던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가 아닌 강화 SSS퓨처스필드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재활군에 합류한 까닭이다. 어차피 지금은 투구를 못 한다. 캐치볼부터 하는 단계다. 고생해서 먼 1군 캠프까지 가봐야 할 수 있는 게 없다. 오히려 트레이닝파트의 시선을 분산시켜 동료들에게 방해만 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강화에서 재활을 시작했다.

3년 이상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괴롭힌 팔꿈치 뼛조각을 빼낸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서진용은 “일상생활을 할 때 확실히 걸리는 게 없다”고 웃었다. 하지만 공백은 불가피했다.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에 비해 재활 기간은 짧지만, 그래도 팔꿈치에 칼을 댄 수술이다.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재활 기간에 4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그 4개월 내에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서진용도 긴장 중이다.

재활군은 낯설다. 이유가 있다. 계속 건강해서다. 2016년 팔꿈치 수술을 받을 당시가 재활군의 마지막 기억이다. 이후에는 건강하게,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게 던진 불펜 투수였다. 그런 서진용은 지난해 경력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간 계속 실패했던 마무리 보직을 기어이 정복했다. 시즌 69경기에서 73이닝을 던지며 42세이브를 수확해 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인천 프랜차이즈 역사상 첫 40세이브 선수이기도 했다.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이 예정되어 있다. 마음이 급하다. 그러나 서진용은 천천히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예정대로 1월 말부터 캐치볼에 들어갔다. 현재는 25m 수준이다. 지금까지 계획은 오차가 없다. 이후 하프피칭, 불펜피칭 단계를 차근차근 밟을 예정이다. 이숭용 SSG 감독도 “절대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며 미국으로 떠났다. 서진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서진용은 강화의 후배들에게 한 턱을 냈다. 첫 휴식일을 하루 앞둔 4일 퓨처스팀(2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위해 자비로 커피 60잔을 마련했다. 서진용은 “이제는 강화도에 있는 선수들과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스케줄도 서로 달라 쉽게 어울리기 어려운데 모든 선수들이 야간훈련까지 소화하며 힘들게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지만, 모두 힘내라는 의미로 커피를 사게 됐다. 선수들 모두가 기분전환을 하며 대만 캠프까지 부상 없이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고 쑥쓰러워했다.

올해 4억5000만 원에 계약하며 고액 연봉자 대열에 올라선 서진용에게 커피 60잔이 그렇게 큰 지출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마음 씀씀이에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 서진용도 선배들을 따라다니던, 선배들을 의존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SSG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간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서진용이 후배들을 챙기고, 조언도 살뜰하게 한다. 따르는 후배들이 제법 많아졌다. 강단도 있어 김광현 이후 팀 마운드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 서진용은 어린 후배들을 잘 챙기며 재활군에서 시즌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SSG랜더스

박시후 또한 “사실 지난해 비시즌 기간에도 서진용 선배님이 후배들을 위해 커피를 사주신적이 있다. 항상 후배들에게 먼저 '괜찮냐, 잘 돼가고 있냐'라고 말을 걸어주시고, 또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드리고, 선배님께서도 재활 잘하셔서 건강한 몸으로 1군에 복귀하셨으면 좋겠다”고 고마워했다.

플로리다 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서진용은 15일경 시작될 SSG 퓨처스팀(2군) 대만 캠프에 합류한다. 따뜻한 대만에서 재활 속도를 올릴 예정이다. 개막 엔트리 대기 여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과정은 큰 무리가 없다. 서진용 스스로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 서진용은 “아픈 곳 없이 재활 스케쥴을 잘 소화하고 있고, 1월 말부터 캐치볼을 시작해 25m까지 차츰 거리도 넓히고 있다. 15일 예정된 대만 퓨처스 캠프까지 몸을 잘 만들어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력뿐만이 아니라 리더십도 자란 구원왕이 2024년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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