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얼굴 붉힌 러시아…차관 방한해 고위급 대화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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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지적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얼굴을 붉히고 있는 러시아가 한국과 2년 만에 차관급 대화를 가졌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주 방한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은 2일 정병원 차관보와 양국 간 현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통제하는 데 양국의 안정적 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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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지속, 건설적 관계 유지 공감
주말 사이에도 한러 갈등 계속
"정세 안정에 두 나라 서로 필요"
최근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지적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얼굴을 붉히고 있는 러시아가 한국과 2년 만에 차관급 대화를 가졌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상호 '레드라인'을 재확인하고 건설적 관계 유지의 의지를 확인했다. 다만 상이한 이해관계와 입장에 따른 일부 의견 대립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주 방한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은 2일 정병원 차관보와 양국 간 현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는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루덴코 차관은 김홍균 외교1차관도 만나 양국 관계 관리 필요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러, 상호 입장 차 뚜렷…고위급 대화 의지는 재확인
외교부는 "양국 간 현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더 이상 관계를 악화시켜선 안 된다는 데 공감했고,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는 의견에도 일치를 봤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경전도 일부 감지됐다. 정 차관보는 특히 러북 군사협력에 '엄중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러시아 측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러시아의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이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루덴코 차관은 한반도 정세 불안의 배경으로 미국의 무책임한 외교정책을 꼬집는 한편,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들이 '위험한 군사활동'을 중단하라고 맞섰다고 한다. '위험한 군사활동'은 물론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가리킨 것이다. 루덴코 차관은 또한 국제법에 따라 북한과 관계를 강화해나가겠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경고"…한러, 설전 속 고위급 대화 재개
이번 양국 회담은 북러 밀착 움직임 속 한러 외교당국 간 불협화음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렸다. 지난달 26일 마라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국방 수장(신원식 장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군사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모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도 "한러 관계 관리에는 러시아의 관련 향배가 매우 중요하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양국은 루덴코 차관이 방한한 상황에서도 맞섰다. "북한정권은 비이성적 집단, 역사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편향적"이라고 비판한 러시아 측에 정 차관보가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정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일국 정상의 발언을 심히 무례한 언어로 비난했다"며 강한 어조로 항의했다.
북러 밀착과 우크라이나 전쟁 두고 협력지점 찾는 한러
외교 소식통은 "그럼에도 대화로 양국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입장 교환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루덴코 차관 방한도 그런 차원에서 성사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통제하는 데 양국의 안정적 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러시아에 치명적일 수 있다. 반면 한국에는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첨단 무기기술 지원이 한반도 정세에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 실제 북한은 잇달아 순항미사일 전력화를 자랑하고 있으며, 2일에는 2년 만에 지대공미사일 시험발사까지 감행했다. 미사일 기술력 과시이자, 러시아를 향해 무기 판매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세 안정을 위해 한국과 러시아 모두 양국이 필요한 관계"라며 "앞으로 우리 이익에 부합해 사안별로 접근하되, 고위급 채널을 유지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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