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소방관 예우 강조하면서 20년째 추모식 직접지원 ‘0’ [창간35-‘순직’ 국가의 기억]

김주영 2024. 2. 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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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들의 고귀한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 안전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화영 소방청장은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김수광·박수훈 소방관이 순직한 뒤 고인이 된 두 젊은 영웅에 대해 옥조근정훈장 추서와 1계급 특진 조치, 국립묘지 안장, 국가유공자 지정 등 방침을 발표하며 이같이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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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행사 대전보훈청·유족들이 부담
소방당국 “민간 보조금 편성 주도” 해명
‘전 국민 참여 추모행사’ 예산 처음 편성
재발 방지할 연구개발예산 부족도 문제

“고인들의 고귀한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 안전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화영 소방청장은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김수광·박수훈 소방관이 순직한 뒤 고인이 된 두 젊은 영웅에 대해 옥조근정훈장 추서와 1계급 특진 조치, 국립묘지 안장, 국가유공자 지정 등 방침을 발표하며 이같이 약속했다. 심리지원단을 활용한 위로 등 유가족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방청이 20년간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에 직접 지원한 예산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국이 정작 순직자·유족 예우에 소홀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안장식이 엄수된 지난 3일 대전 국립현충원 소방공무원묘역에서 남화영 소방청장이 고인들의 영정에 경례를 하고 있다. 대전=뉴스1
4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순직 소방공무원 유족들을 회원으로 둔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는 2004년부터 매년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을 열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첫 추모식부터 지난해 제20회 추모식까지 소방청이 지원한 예산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예산 5000만원이 든 지난해 추모식의 경우 국가보훈부 대전보훈청이 국고보조금으로 4000만원(80%)을 지원했고, 추모기념회가 후원금과 유족 회비로 나머지 1000만원(20%)을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도 대전보훈청이 올해 추모식에 지원하는 예산은 2880만원으로, 30% 삭감됐다.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속에 대다수 보훈행사 보조금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보훈부와 협력을 통해 추모식과 ‘위패봉안식’ 등 추모행사비에 국가 예산을 지원해 왔다”고 해명했다. 소방청이 직접 예산을 지원하진 않았지만, 과거 추모기념회 등에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 보조금이 편성되도록 주도했다는 주장이다. 한 소방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저희가 ‘나 몰라라’ 했던 게 아니고 그동안 계속 예산 지원과 증액 등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올해 예산에 전 국민 참여 추모행사인 ‘119 메모리얼 데이 문화행사’ 등에 쓸 1억원을 처음으로 반영했다고도 부연했다. 소방청장 위문품 명목으로 5000만원을, 119 메모리얼 데이 행사 등에 5000만원을 쓸 예정이다. 순직 소방관의 순직일에 전국의 소방 동료들이 직접 유가족을 찾아가 안부를 묻는 위문행사도 신규 예산 내역에 포함됐다고 한다. 소방청은 “앞으로도 순직 소방공무원의 헌신을 기억하고, 예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등 활동을 하다 숨진 소방공무원은 40명에 달한다. 문경 화재 현장에서 스러진 고(故) 김·박 소방관을 포함하면 42명이다.
지난 3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두 청년 소방관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의 안장식이 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일과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소방청 연구개발(R&D) 예산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소방청 예산 (3404억원)에서 인건비와 기본 경비를 제외한 주요 사업비 2588억원 중 연구개발 사업(10개)에 책정된 예산은 222억원으로, 10%가 채 되지 않는다. 전년 대비 14.9% 감소했다.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일선 소방관들이 화마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하려면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청 연구개발 사업들은 예산이 너무 적어 개발 단계에서 끝나고 실무적으로 잘 활용이 안 된다”며 ”결국 소방청 전체 예산 규모를 키워야 하고, 개발한 기술을 실용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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